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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이다.

우리 반 친구 하나가 교실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 물건을 찾지 못하자 선생님께서는 나무로 만든 원뿔을 교탁에 놓고는 우리들에게 '자, 눈을 감아라. 이제 이 원뿔이 물건을 가져간 사람에게 날아갈 것이니 지금이라도 물건이 나온다면 용서해 준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과연 저 원뿔이 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혹시 내게 잘못 날아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그 후의 일은 기억에 없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거짓말을 한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선생님이었다. 물론 선의(善意)의 거짓말이었지만 가짜와 거짓이 난무하는 오늘날 씁쓸한 생각이 든다.

사전에서는 가짜를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것. 진짜처럼 보이려고 꾸미거나 만들어 낸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짜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이런 가짜도 있다. 가짜고기, 가짜모피, 가짜플라스틱 등 기존의 진짜가 가져오는 불편함을 해소한, 진짜를 대체한 가짜이다.

요즘 클래시 페이크(Classy Fake)라는 말이 있다. 고급이라는 뜻의 classy와 가짜라는 뜻의 fake를 합성한 신조어로 '진짜보다 더 멋진 가짜' 제품을 의미한다. 진짜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여 패션뿐만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 걸쳐 가짜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가짜고기는 밀과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하고 식물성기름인 코코넛오일 등으로 육즙을 만들어 진짜고기와 똑같이 만든다. 육류를 생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오염과 동물학대 논란이 거세 진데다가 채식바람을 타고 대체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조모피는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동물보호운동의 영향으로 진짜모피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나 진짜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년 전, 미국의 고급백화점 니만 마커스에서 진짜모피를 가짜모피로 속여 팔다가 당국에 적발된 사례도 있어 사람의 거짓이 끝 간 데를 모르겠다.

가짜(바이오)플라스틱은 사회문제로 대두된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대안으로 옥수수, 사탕수수, 대나무 등 친환경 물질로 만든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 흙이나 물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나쁜 의미의 가짜는 사실이 아닌 '거짓', 사실과 다르게 해석 하거나 그릇되게 하는 뜻의 '왜곡'과 맞닿아 있다. 가짜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짝퉁'은 고급 브랜드의 상품을 모방하여 만든 가짜 명품으로 가끔 속아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전에 가짜인 것을 알고 산다.

이와는 달리 뉴스 형태로 된 거짓정보인 가짜뉴스는 철저하게 어떤 목적이 있다. 사실을 왜곡한다거나 어느 한 부분만 부각하여 본질을 비켜남으로서 어떤 이익을 취하려 한다. 가짜뉴스에서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다. 그저 사람들로 하여금 의혹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흥미와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 요즈음은 사실과 주장을 교묘히 섞어서 진짜뉴스로 착각하게 만들어 여론을 원하는 쪽으로 몰고 가려 한다.

과거에는 언론에서 여론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거나 다른 가짜뉴스를 퍼 나를 수 있게 되었다. 가짜뉴스는 상대를 비방하고 조롱하고 혐오하여 사회를 병들게 한다. 또한 진실이 가려지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의 항변은 외면당한다. 가짜와 거짓이 횡행하고 이것에 대해 관대한 사회는 혼란스럽고 피곤하다. 불필요한 거짓정보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분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이 쉽지 않게 되었다. 가짜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바른 생각을 하여 균형감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우리 마음이 맑고 밝을 때 나쁜 가짜가 발붙일 여지가 없다.

지금, 어느 정원의 한 모퉁이 초롱꽃이 등불 밝히고 7월의 하얀 치자꽃향기 은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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