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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얼마 전 둘째아이를 낳은 후배의 가족을 보던 또 다른 후배는 엄마 아빠 자녀둘로 이루어진 가족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완성이 된 듯한 모습이라고 했다. 사회에서는 이게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이고, 이러한 가족의 모습에서 조금 다른 형태, 가령 무자녀가족, 입양가족, 동거가족, 조손가족, 동성결혼 가족형태는 뭔가 불완전하다고 비정상적이라는 다른 메시지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유치원 가족잔치 등은 모두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벤트이다. 어떤 이는 그날을 기다리며 낭만적 이벤트를 계획하겠지만, 다른 누구는 함께 할 가족이 없다는 것에 서러울 것이다. 거친 세상을 살아가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묻는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정 혹은 어머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게 정답을 배워왔다. 가정 직장의 분리가 이루어지는 근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거친 사회와 대비되는 안락한 안식처로써 가정의 이미지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정상 가족에 대한 규범을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욕망한다고 생각하게 할 만큼 힘이 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혼인 건수는 총26만 건이다. 인구 1000명당 5건의 혼인율로 2011년 이래 7년 연속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이다. 특히 혼인 주 연령대인 30대 초반 남성과 20대 후반 여성이 역대 최고 감소치를 기록했다. '2018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48.1%로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결혼이 점점 선택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가구는 28.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부모가족의 비율이 10.9%, 다문화가족 비율이 1.6%다. 능력있는 아버지, 자상한 어머니, 자녀 구성원의 일명 '정상가족'의 가구 형태는 이제 다수가 아니다. 1인·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55.3%로 절반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2035년쯤에는 1인·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정상적이지도 일반적이지도 않은 정상가족, 일반가족은 가부장의 한국사회가 필요할 때마다 재현하고 소환할 뿐이다. 정상-가족의 서사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싶을 뿐이다. 장밋빛같은 가족의 이미지는 가부장적 사회체계의 시작점이며 마지막점이다. 이미 전통적 가족사회의 규범이나 기준이 사라진 지 오래인 마당에 한국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의 속내를 숨기고 낭만화하며 가족관계에서의 '나'를 고백하고 반성하게 한다.

가족은 생물학적 혈연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체계이다. 가족이 위치해 있는 다른 사회제도에 의하여 영향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계 구조들 또는 차별·배제·혐오 문제들이 가족 안에서도 일어난다. 가족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사회와 문화는 빠르고 다각적으로 변하는데 가족체계만이 영영불변의 절대체계로서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이 망할 큰일이라 여겼던 호주제페지나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도 이미 이루어졌다. 그래도 나라는 멀쩡하다.

법 밖에 존재하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증가하는 것은 이미 현실이다. 정상-가족 신화의 이면에 있는 다층적이고 어두운 면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가족형태의 출현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유지해 온 가부장적 전통가족모델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공동체는 혈연중심의 공동체가 갖고 있는 책임과 의무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다층적인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정상가족 이후의 가족형태를 보다 더 친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의 정책도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가족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한부모가족, 무자녀가족, 동성가족, 다부모가족, 입양가족, 다인종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모두 '정상 가족'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가족'. 이러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환대하고 지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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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