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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아침 다섯 시면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러한 버릇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몸에 익혀 온 것입니다.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든,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든 일어나는 시각은 항상 동일합니다. 일어나면 정신을 가다듬은 뒤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글을 만들거나 이미 쓴 글을 반복해서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대개 서너 시간 이어집니다.

며칠 전에는 청탁받은 짧은 글을 쓰다 '목이 좋다'라는 구절에서 생각이 멈추었습니다. '몫이 좋다'와 '목이 좋다'를 두고 어느 쪽의 맞춤법이 맞는 것인지 뜬금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잠시 헷갈렸던 것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바로 관련 자료를 뒤졌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목이 좋다'가 표준말이더군요. 내친 김에 고구마 줄기처럼 끌려나온 내용들을 더듬었습니다. '수능 한국사 강의 1인자 고종훈 선생님과 함께하는 생방송 한국사'라는 자료였는데, 고려 제6대 왕인 성종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목이 좋다'라는 말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과거 학창시절의 어느 시점엔가 배운 내용인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그것을 상기할 목적으로 내용을 자세히 훑었습니다.

고려의 제5대 왕은 경종이었습니다. 경종이 세상을 떠날 무렵 그의 아들은 겨우 2살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아들을 대신해 왕위를 이을 만한 새 인물을 찾아야 했습니다. 왕실 세력들은 경종의 사촌인 성종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성종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남다르고 성품이 뛰어나다고 평판이 자자했기 때문이지요. 경종도 일찍부터 성종의 됨됨이를 알고 있던 터라 선뜻 왕위를 물려주었습니다. 이때 성종의 나이는 22세에 불과했습니다.

고려의 제6대 왕이 된 성종은 이전의 왕들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그의 새로운 정치란 유교를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었지요. 때문에 유교에서 강조되는 충(忠)과 효(孝)는 그로서는 많은 관심이 가는 사상이었습니다. 당연히 성종은 재위 시절 충과 효를 연결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지요.

또한 성종은 강화된 왕권을 바탕으로 통치 체제를 정비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제도들이 만들어졌더군요. 성종 덕분에 고려 사회의 뼈대가 갖추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충성스럽고 실력 있는 관리를 길러내기 위해 개경에 국자감을 설치했고, 지방에는 향교를 세웠습니다. 이러한 제도들은 대대적인 유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밖에도 과거제를 거의 매년 실시하는 한편으로 당나라의 중앙행정제도를 모방해 3성 6부제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지방 행정 조직을 12목으로 정비하였는데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12목을 설치하고는 중앙에서 직접 지방 관리를 파견했더군요.

지방 관리의 파견은 정말 신의 한수라고 불릴 만한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지방 호족의 힘이 커지는 것을 억누르는 동시에 왕의 권한을 지방에까지 미치게 할 수 있는 제도였거든요. 사실 12목을 설치한 성종의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12목이 설치된 후 왕의 의견은 바로 지방의 관리에게 전달될 수 있었고, 지방의 관리들도 왕에게 마을의 문제점이나 생활 모습을 거짓 없이 보고할 수 있었습니다. 목은 오늘날의 광역시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목이 좋다'라는 말이 바로 이 12목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때 아니게 역사 속에 잠시 생각을 담갔습니다. 자료를 더듬으니 파랗게 살아나는 기억이지만 다시금 시간이 흐르면 기억의 저편으로 속절없이 사라져 버리겠지요. 연기처럼…. 세상사 다 그런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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