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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영

수필가

주말 저녁을 혼자 보내고 있다. 집이 적막강산이다. 남편과 아들은 친구를 만나고 내일 오겠다며 대문을 나섰다. 종일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실외기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정적을 깨는 중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낯설다. 그 낯섦이 외롭고 허전하다고 가슴이 전한다. 내 마음은 곧바로 시골에서 홀로 사시는 시어머님을 소환(召還)한다. 사슴 같은 눈망울이 떠오른다.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 어머님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혼잣말을 하고 계실 것 같다.

지난주에는 시댁의 조부모님과 큰아버님의 산소를 이장하였다. 요즘은 이장 업체에서 모든 절차를 진행해 준다. 가족들은 조상님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할 일에 대해 은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참석하는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시동생과 동서와 함께 장지가 있는 선산으로 향했다. 뒤늦게 도착한 선산에서는 벌써 포크레인 작업이 끝나고 몇 명의 인부들은 묫자리를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편을 포함하여 시댁의 친척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나무 그늘에 앉아계시는 시어머니와 시 큰어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갔다. 왔느냐며 맞아주시는 두 분의 얼굴이 어둡다. 어머님의 연세 80세 큰어머니는 90세다. 지켜보는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말씀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작업하는 광경을 보고 오신 친척 형님은 어머님께 묘를 더 쓸 공간이 있으니 따로 산소를 쓰고 있는 시아버님의 묘도 옮기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러나 어머님은 대답이 없다.

잠시 후 큰댁의 식구들이 화장한 세 분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산을 올랐다. 그 광경을 보고 계시던 시어머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을 하신다.

"사람은 나무때기만도 못해, 나무는 땔감으로 쓰기나 하지"

"그렇지요 어머님, 인생이 다 그렇지요."

그렇게 말하는 나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인부들은 어느새 유골이 들어갈 세 군데에 얕은 구덩이 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유골함이 도착하자 흙과 잘 섞어놓고 사람들을 불렀다. 두 손으로 한움큼 담아서 큰소리로 "지토요~" 라며 구덩이에 흙을 세 번 나누어서 뿌리란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부터 차례로 절차가 진행되었다. 어머님 차례가 되었을 때 갑자기 큰소리로 곡(哭)을 하셨다. 그 소리가 조용하던 산야에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장례의 예(禮)를 지키기 위해서 곡을 하시나 했는데 눈물을 펑펑 쏟으시며 우셨다.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다가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신 것일까. 끈적끈적한 눈물이 땀과 범벅이 되어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어찌나 구슬프게 우시던지 우리 가족들도 모두 따라 울었다. 그제야 '사람이 나무때기만도 못하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어머님은 나와 친척들에게 그만 우시라는 말을 듣고서야 울음을 삼키셨다.

6월의 뜨거운 태양은 여전히 정수리를 향해 쏘아댔다. 햇빛에 축 처진 풀냄새가 음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듯했다. 이마와 목덜미를 땀이 흘렀다. 나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였다. 조상님을 잘 모셔야 후손들이 무탈하게 잘 지낼 것 같아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며 의식을 치렀다. 잠시 후 모든 작업의 마무리가 진행되고 업체에서 마련해준 제수를 차려놓고 제사를 지냈다. 절을 하며 후손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고 또 빌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같았으리라. 처음 경험한 이장(移葬) 의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어려운 숙제를 끝낸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비는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도 만들고 고독하게도 한다. 오늘 같은 밤에 홀로 듣는 빗소리는 사람의 감정을 묘하게 한다. 비 때문일까. 지난주 이장하던 날 어머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결국은 당신의 인생을 생각하며 서럽게 우셨으리라. 어쩌면 지금 이 시각에도 울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고사성어의 뜻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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