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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으레 '복숭아'라고 대답했었다. 과즙이 가득한 과육을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복숭아 향은 여름철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곤 했다. 내가 과일을 먹기까지의 과정은 그저 마트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후 계산대에 가져가 값을 지불하고 나면 먹을 수 있는, 그게 전부였다. 단 한 번도 하나의 복숭아가 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누군가의 어떤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복숭아 농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버지는 30년 넘게 다니시던 직장을 퇴직하신 뒤로 무료해 하셨고, 퇴직 전 평소에도 소소하게 밭을 가꾸셨던 아버지는 복숭아 농사를 시작하시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정말로 복숭아 농사를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삼으셨고 나는 자연스럽게 가끔씩 아버지의 농사를 도와드리게 됐다.

그저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며 복숭아가 열리고 자라길 기다리기만 하면 맛있는 복숭아를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은 단단한 착각이었다. 나무의 잎이 나오기 전부터 나무를 전지해주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을 어느 정도 솎아내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면 적당한 위치의 상태가 좋은 열매를 남겨놓고 복숭아를 솎아줘야 했다. 병과 벌레 피해를 막기 위해 봉지를 싸매야 하고 병충해 방지를 위해 수확을 어느 정도 앞두기 전까지는 열흘에 한 번꼴로 농약과 영양제도 살포해야 한다. 수확을 할 때에도 복숭아는 상처에 약한 과일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따고 포장이 필요했다. 이 모든 과정이 뜨거운 여름철 뙤약볕 아래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복숭아는 더 이상 나에게 여름철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닌 게 됐다.

초보 복숭아 농사꾼이었던 아버지는 첫해 병충해를 잡지 못해 힘들게 키운 복숭아를 수확 포기해야 하는 일도 있으셨고, 나는 복숭아털 알레르기로 인해 피부가 울긋불긋 일어나 한동안을 피부과에 다니며 고생하기도 했다.

나는 농사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부지런해야 하는 일인지, 내가 마트에서 손쉽게 사 먹었던 과일 하나에 어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지를 깨달았다. 어린 시절 밥을 남기면 항상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내가 남긴 쌀 한 톨을 위해 농부가 얼마나 허리를 숙이는지를 생각하라"라는 말이 20대 중반이 된 지금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 이후로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들을 사 먹을 때뿐만이 아니라 항상 생각하곤 한다. 내가 쉽게 사 먹을 수 있었던, 살 수 있었던, 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에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정성과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한 번쯤은 쉽게 지나쳤을 것들도 그 안에는 우리가 모를 누군가의 노력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오늘도 뜨거운 날씨 아래 힘들지만 열심히 농사에 열중하고 계실 아버지를, 농민들을, 그리고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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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