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명산 원수산의 전설 아시나요?"

부잣집 형제 싸움터→장군들이 원군 격퇴

세종시가 출범(2012년 7월 1일) 하기 전인 2012년 5월 8일 인근 장남평야에서 바라본 원수산 모습. 산 옆에서는 정부청사 1단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장남평야에는 현재 중앙공원과 국립세종수목원이 조성되고 있다.

ⓒ 최준호기자

［충북일보=세종］ 원수산(元帥山·해발 251m)은 세종 신도시의 주산(主山·도시계획상 중심이 되는 산)이다.

이에 따라 정부청사 쪽 산기슭에는 국무총리 세종공관도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외지 출신 시민과 방문객들은 "세종의 대표적인 산이 왜 하필 원수산일까"라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뜻하는 원수 (怨讐)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실제 이 산은 두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지난 2010년 2월 펴낸 '한국지명유래집 충청편'에 따르면 이 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지난해 5월 3일 세종시 원수산 파랑새유아숲체험원에서 열린 '숲데이' 행사에서 유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옛날 부자 형제 2명이 한 동네의 다른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주인끼리 사이가 좋지 않으니, 하인들까지도 덩달아 사이가 나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양쪽 집 하인들끼리 길거리에서 붙은 싸움이 커졌다. 결국 동생 집이 이기면서 형은 마을을 떠났다.

형과 아우는 죽은 뒤 마을 뒤의 2개 산봉우리가 되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이들 봉우리를 원수봉(왼수봉)·형제봉(兄弟峯) 등으로 불렀다."

이 같은 전설은 마을 사람들의 입을 통해 후세에 전해졌다.

하지만 전설의 내용이 창피하기 때문에, 외지인들이 산 이름이 뭐냐고 물어와도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고려시대 역사를 편년체로 정리한 책)'에 수록돼 있는 '연기대첩(燕岐大捷)'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산 이름이 명예회복될 계기가 마련됐다.

고려 충렬왕 17년(1291년) 금강 연안까지 침략한 원(元·몽골)나라 반란군 합단적(哈丹賊)을 △한희유 △인후 △김흔 장군 등이 중심이 돼 인근 정좌산(연서면 쌍전리)과 원수산에서 격파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이 산은 자연스럽게 원수산이라고 불리고 있다.

원수(元帥)는 '고려시대에 한 지방의 군대를 통솔하던 으뜸 장군' 또는 '현대식 군대에서 대장(별 4개)보다도 더 높은 장성 계급'을 일컫는 말이다.

세종 / 최준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