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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영

수필가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 텃밭에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어놓고 비를 애타게 기다렸다. 꿀맛 같은 빗소리를 들으며 글공부를 하러 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언제 만나도 좋은 글동무들이 한 명 두 명 교실로 들어온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목소리가 정겹다. 그 중에 동갑내기 문우 M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청량하게 들린다. 요양보호사로 취직하여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무사히 마쳤단다. 그 기념으로 회원들에게 점심을 산다고 하였다. "도와준 것도 없는데……."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와 회원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와는 10여 년 전 방송대에서 선, 후배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몇 년 후 글쓰기 모임에서 다시 만났다. 워낙 성격이 긍정적이고 리더십이 있어선지 재학시절에는 학회장을 맡기도 하였다. 장구도 잘 치고 민요도 잘 부른다. 또한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고 마라톤을 즐기는 스포츠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옆에만 있어도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여장부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밥을 얻어먹는 사람도 행복하고 밥을 사는 사람은 더 행복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행복을 자신의 욕심 속에 숨겨버린다'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더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유독 주위 사람들과 음식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했듯이 아들이 공무원으로 취직했을 때도 결혼을 했을 때도 회원들에게 기분 좋게 밥을 샀다. 그뿐만 아니라 집에서 손수 음식을 장만하여 초대하곤 하였다. 그때 먹었던 음식의 맛이나 함께 함으로써 행복했던 시간을 나는 가끔씩 추억하듯 되돌아보곤 한다 .

그녀는 우리를 자기네 집 근처 식당으로 안내를 하였다. 그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칼국수 집이란다. 비 오는 날은 뜨끈한 국수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메뉴로 정했다고 하였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보태어진 칼국수의 맛은 고급식당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이 있었다. 어떤 이는 먹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하는데 먹는 즐거움을 어디다 비기랴. 하물며 누군가 대접해 주는 음식의 맛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었으리라.

식사 후 그녀는 자기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그 많은 사람에게 과일과 차를 대접해 주느라 연신 부엌을 들락거린다. 그뿐만 아니다. 옥상에 심어놓은 갖가지 채소까지도 몇몇 회원에게 안겨준다. 그녀의 인정(人情)은 어디까지일까. 나는 그녀에게서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언제부터인가 좋은 일이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대개의 경우 문화의 시류(時流)에 편승해 따라가기 마련이어서 기분 좋게 대접하거나 받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부담을 주는 사람이 있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어서 오늘날 우리의 음식문화는 사람 사이를 좋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늘처럼 느닷없이 음식을 산다는 사람에게 가지는 나만의 인식(認識)이 있다. 먼저 고마운 마음이 가슴 깊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품격 있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다. 내게 있어 대가 없이 누군가에게 밥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은 돈이라도 쓸 만한 가치가 있을까 많은 생각 끝에 실행에 옮긴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성정을 좋게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음식 끝에 정이 난다'는 말이 있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정을 나누는 일이며 사랑을 주고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늘 내게 음식의 추억을 심어주었고 그리움의 기억을 선물로 남겨 주었다.

청보리가 익어가는 여름으로 달려가는 길목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여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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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김진현 ㈜금진 대표이사

[충북일보] 독일의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골츠의 실험에서 유래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는 법칙이 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오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온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는다는 뜻이다.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은 벽지·장판지 제조업체 ㈜금진의 김진현 대표이사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을 이에 비유했다. 서서히 악화되는 경기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결국 도산에 직면한다는 경고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중기부의 '존경받는 기업인 10인'에 선정된 김 대표를 만나 현재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들었다. ◇청주에 자리 잡은 계기는 "부천에서 8남매 중 7째 아들로 태어났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선친께서는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고 싶었다. 슈바이처를 존경했고 봉사활동을 좋아했다. 인천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인하대학교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다. 의대에 원서를 넣었지만 떨어졌고, 평소 수학과 화학 과목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고 계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인하대에 원서를 써 넣어 주셨다. 인하대 화공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뒤에도 의대 진학에 대한 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