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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마을 야산을 오르다가 야생벌과 마주쳤다. 묘지 옆, 아이 머리 크기만 한 벌집에 수많은 벌떼들이 배회하며 '웅웅' 거리고 있다. 가히 위압적이다. 그 위세에 소름마저 끼친다. 순간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머리에 떠올렸다. 다소 위안이 되었다.

음악 '왕벌의 비행'은 1분 17초 동안 날갯짓을 하는 벌을 묘사한 곡이다. 이 음악에 귀 기울여 보면 상당한 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벌들의 힘찬 날갯짓을 연상할 수 있다. 연주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손가락을 움직여 연주해서인지 곡이 매우 역동적이다.

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노라니 어느 여인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녀는 얼마 전 남편을 잃었다. 슬하엔 어린 삼 남매와 병석에 있는 팔순(八旬)의 홀시어머니도 봉양하는 처지다. 생계를 위하여 새벽 일찍 우유 배달을 마치면 동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고단한 식당 일이 끝나기 바쁘게 곧장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겨 새벽까지 일을 한다. 그야말로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벌처럼 일을 하여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토록 잠시도 쉴 틈 없이 발버둥치건만 그녀의 삶은 항상 궁색하다. 무엇보다 그녀를 옥죄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라고 실토한다.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집안에 가장이 없을 경우, 가난의 그늘, 약자 입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서 양성 평등이니, 유리천장이 사라졌느니 말하지만 여자 혼자 가정을 꾸리기란 심적, 경제적으로 무척 힘겹다. 우선 이혼 및 사별로 홀몸이 된 경우, 주위의 따가운 눈총 및 폄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가보다.

하다못해 직장 일로 동료 남자 직원만 만나도 주위에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일쑤란다. 언젠가는 새벽 우유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이웃이 그녀를 보고 어딜 다녀오느냐고 꼬치꼬치 묻더란다.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 한 일이다. 그러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관심이 아닌 간섭이나 다름없다는 그녀 말이다.

또한 젊은 부부라고 하여 여성들 삶의 질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집안일쯤이야 부부가 서로 분담한다손 치더라도, 자녀 양육만큼은 아내 몫이다. 특히 맞벌이 여성은 직장인 ,아내, 어머니, 주부, 딸, 며느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할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혈연을 중시하고 여성은 결혼하면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게 당연한 일로 인식 되어서라면 지나칠까. 이로보아 남편을 내조 하고 자식을 양육하며, 친정과 시댁 일을 신경 써야 하는 여성의 삶엔 자신 만의 인생은 그다지 없는 듯하다. 이런 형국이니 우리나라 여성들은 흡사 꿀벌 중 일벌에 해당 되는 삶을 산다는 말이 맞는 성 싶다.

알만 낳는 여왕벌을 제외하고 열심히 꿀을 모으는 일은 일벌들이 하는 일 아니던가. 일벌은 암벌이 전부다. 벌의 생태계를 살펴보면 일 안하고 먹이만 축내는 수벌에 대해선 일벌들이 벌통 밖으로 단호히 내 쫓는단다. 인간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악처(惡妻)로 치부될 것이다. 어찌 보면 일도 안하고 알만 낳는 여왕벌 처지가 부럽다. 아내들이 단 하루만 게으름을 피워도 집안 꼴이 엉망 아니던가.

요즘 온갖 가전제품이 발달 했다하여도 주부들은 여전히 가사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여성들은 마음 놓고 외출도 못한다. 퇴직 열차를 탄 남편 끼니 챙겨주는 일이 올가미로 작용해서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여성이 왜· 행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져 볼 일이다. 이에 명쾌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아내는 집안의 거울'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의 행복은 국가적 미래와도 직결된다. 여성의 행복은 곧 인류 평화와도 연관 있다면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여성의 행복이야말로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이루는 최고의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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