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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5.08 16:39:30
  • 최종수정2019.05.08 16:39:30

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2018학년도의 마지막 날인 2월 28일, 퇴근길에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포물선을 그리며 푹 패여 있는 자동차바퀴 자국이 눈에 거슬렸다. 2월 어느 날 출근하니 눈이 녹아 젖어있는 학교 운동장에 누가 차를 몰고 와서 운전연습이라도 했는지 선명한 상채기를 내놓았다. 아이들이 쓰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이렇게 해놓고 간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얼어붙어 고르기도 못하는데 말이다. 속상해서 투덜대어 봤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흘간의 연휴가 끝나고 시업식, 입학식이 있는 3월 4일 아침, 출근하니 운동장이 말끔해져 있었다. 2월 마지막 날까지도 흉터 같았던 바퀴자국이 사라지고 새살 돋은 피부처럼 깨끗하다.

'고주무관님이 새벽 일찍 오셔서 정리하셨나 보다' 했더니 사실은 3월 1일에 오셨단다. 우렁각시가 와서 밥을 차려놓으면 이렇게 고마울까·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공휴일에 개인트럭까지 가져오셔서 강철 빔을 매달고 운동장을 이리저리 누비며 싹~~정리해 놓으셨다.

"와! 고주무관님, 공휴일에 오셨다면서요·"

"예, 삼일절에 왔어유." 대답도 간단하다. 더 이상의 설명도 없지만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책임감 강한 고주무관님에게는 패인 운동장이 이마의 주름보다 더 신경이 쓰였던 거다. 새 학년도의 첫날 등교할 아이들과 손님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게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깨끗한 운동장을 선물하고 싶었으리라.

"고마워요! 우리 고주무관님이 최고예요." 엄지 척~ 올리며 크게 웃으니 무뚝뚝한 표정으로 빙긋이 웃으시고는 또 일을 하러 가신다.

우리 고주무관님은 별명이 고박사님, 못하시는 게 없다.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무장하고 선하고 따뜻한 마음은 덤이다.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아도 항상 학교를 위해 뭔가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이른 봄엔 아이들이 씨앗을 심을 수 있게 기계를 빌려 학교 텃밭에 고랑을 만들고 까만 비닐을 씌워 주셨다. 덕분에 지금 우리 텃밭은 감자, 상추, 쑥갓 등이 그림같이 자라고 있다. 단풍나무 가지가 무성하죠· 했더니 다음 날 단풍나무를 전지해서 말끔하게 해주셨고, 배수구 옆 시멘트가 부서져서 어쩌나! 걱정 했더니 어느새 시멘트를 싹 발라놓으셨다.

물론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주무관님이 나서면 운전 주무관님과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항상 곁에서 함께 해주신다. 본인들은 할 일을 할 뿐이라고 하시지만 옆에서 매일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관리자는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일이니까 묵묵히 하시지만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을 누군가 알아준다면 더 신나고 재미있지 않을까·

조회시간, 고주무관님에 대해 쓴 글의 일부분을 읽어주었더니

"교장선생님, 감동적이에요." 라며 아이들이 코맹맹이 소리를 한다.

고주무관님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수고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는 피상적인 설명이 아니라 그 분들이 땀 흘려 수고하시는 모습을 봤을 때 그냥 지나가지 말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무관님, 운동장이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아요."

"풀 깎으시느라 더우시죠· 쉬었다 하세요." 등으로 느낀 생각을 표현하자 했더니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모두들 현장학습을 출발하는데 고주무관님은 또 묵묵히 화단의 풀을 깎고 계셨다. 혹시 누가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지.

"고박사님, 오늘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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