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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청주시 청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줄줄 났다. 하지만 뭔지 모를 뿌듯함이 위로해줬고,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6개월 전 처음 출근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힘들었던 사기업 생활을 그만두고 어려운 공시 생활을 거쳐 최종 합격까지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첫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디 신규 등록, 인수인계, 권한 신청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버튼 하나 누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임자였던 선배 직원과 팀원들이 잘 알려주고 도와준 덕분에 지금은 기안이나 결재를 어느 정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첫날 다짐했던 생각이며 지금도 변치 않는 생각이 '모르면 물어보자'이다. 간단한 말인 것 같지만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선배 직원이 바쁘면 선뜻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 모르고 넘어가면 순간은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선배 직원이 됐을 때도 모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는 물어보러 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고민을 많이 해보고, 관련 서류나 법규를 충분히 찾아본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해결되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배우게 된다. 해결이 안 되면 종이와 펜을 들고 선배 직원들에게 찾아가 물어보고 메모했다. 메모한 내용은 수첩에 일일이 적고 정리해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갔다. 지금도 내 책상에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나만의 매뉴얼이 있으며, 지금도 종종 찾아보곤 한다.

한 번은 선배 직원과 출장했다. 떡집에 들러 계량기를 점검하고 나오는데 가게 주인이 노고가 많다며 떡 한 팩을 건넸다. 하지만 선배 직원이 몸서리치며 받으면 안 된다고 거절하고 서둘러 가게를 나왔다. 점검 다니며 배고팠던 나는 한편으로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배 직원을 본받아 작은 것 하나부터 받지 않는 것을 습관화해 청렴한 공무원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어느 날은 연세가 많은 민원인이 민원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민원 해결을 위해 갖춰야 할 서류가 많고 과정이 다소 복잡해 전화 통화를 수차례 했다. 문득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래서 식사는 하셨는지 여쭙고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라며 안부를 여쭙기도 했다. 통화가 끝날 때마다 민원인은 "항상 친절하게 잘 알려주셔서 고마워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고 해주셨다.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인사말에 항상 마음 한 편이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이후 민원인과 통화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면 친절하게 안내할까 궁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흔히 공사에서 기반을 탄탄히 다져야 건물이 잘 지어진다고 한다. 시보였던 6개월간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퇴직 때 멋진 건물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반을 다지기로 마음먹었다. 'Time flies fast'라는 속담이 있듯이 지난 6개월은 6초 같았다. 이 속담을 직역하면 시간이 날아가듯이 빠르다는 뜻이지만 지난 6개월이 날아간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중요한 시간으로 마음속에 녹아내렸다. 퇴직하는 순간까지 일 잘하는, 친절하고 청렴한 공무원으로 기억되기 위해 오늘도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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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