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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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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무술년의 기운이 저물어갈 때 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던 나는 기독교 방송의 한 장면에 눈이 꽂혔다. 열일곱 살과 열세 살 난 두 아들이 뇌성마비와 지체장애아인 엄마가 한 말 때문이었다. "왜 사람들은 나를 딱한 눈으로 보는지 몰라요, 나는 행복한데." 그때 '행복'이란 단어에 생각이 멈췄다. 행복이란 큰 산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웃집 가죽나무 높은 가지위에 걸린 별도 아니라는 거였다. 초등학교시절 소풍가서 보물찾기 하듯이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왔는데 그녀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혹자는 종교를 갖는 목적이 행복을 얻기 위해서라고 했고, 즉문 즉설의 법륜스님은 '행복을 찾고 싶다'는 문(問)자의 답(答)으로 '괴로움이 없으면 행복'이라고 했다. 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해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기에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할 수 없으며 행복의 가치도 같을 수 없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실체 없는 행복을 찾았고, 남과 비교를 하며 행복의 크기를 쟀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의 투박한 손길로 눌러 퍼주시던 반 식기 밥을 먹던 때가 행복이었던 것 같고, 늦은 공부에 빠져 있던 날, 아기 때 도서관을 몇 번 데리고 다녔던 곳을 기억 하고 총총걸음으로 찾아와 준 딸아이가 놀람과 반가움을 가져온 뭉클한 행복이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또한 행복이었고 하루를 충실하게 보낸 날 밤,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들려오던 '한밤의 음악편지'에서도 행복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행복'에 대해 강의 한 긍정 심리학교수 '탈벤 샤하르'는 행복 하고 싶다면 '행복한 최적 주의자가 되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최적 주의자란 '나는 지금 충분히 괜찮다'라는 거란다.

 신조어로 '소확행'이란 말이 있다. 어디엔가 있을 거 같은 무지개 빛 행복을 쫒아가기 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을 즐기자는 말이다. 자칫 속없는 겉모습만 따르려는 세태에서 왠지 속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문학 작품 '누비처네'에서도 행복이 무언지 잘 드러나 있다.

 자갈논 두 자락을 게눈 감추듯이 날려버린 주인공은 고향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객지에 있던 이들이 모두 귀성하는 추석 밑, 아내가 첫딸을 낳고 백일이 지나도록 오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을 아는 아버지는 궁여지책으로 일침을 가하는 편지와 소액환을 보낸다. 추신으로 올 때, 시골에서는 귀한 물건인 어린애의 누빈 포대기를 사오라는 당부 말씀과 함께. 주인공은 누비처네를 사들고 고향으로 내려와 명절을 쇠고 처네포대기를 두른 아내와 처가에 가는 도중, 등 뒤에 업힌 아이가 돌연히 펄쩍 펄쩍 뛰면서 소리 내어 웃을 때…. 그 순간 어린 딸의 천진한 웃음소리에서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는 내용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거나 높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대목이다.

 돌아눕거나 먹고, 배설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덩치 큰 두 아들의 수발을 들면서 행복이라고 말하는 엄마. 한번뿐인 우리 인생, 영원하지 않을 이 순간을 다른 무엇에 비교하지 않고 살아간다. 자기 그릇에 담긴 대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마음은, 끊임없는 수행 끝에 얻어지는 수도승의 해탈한 경지가 아니고 무엇일까. 뒤늦게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야 '그때가 좋았구나, 행복이었구나' 라고 늦게 깨닫는 나는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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