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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치열한 노동의 흔적

오는 6월 9일까지 대청호미술관 전관
김원진·김윤경숙 등 ‘퇴적된 유령들’展

  • 웹출고시간2019.04.15 17:43:06
  • 최종수정2019.04.15 17:43:06
[충북일보=청주] 청주시립미술관 분관 대청호미술관은 오는 6월 9일까지 2019년 상반기 주제기획전 ‘퇴적된 유령들(The accumulated ghosts)’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어떤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긴 시간과 노동집약적인 행위로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는 국내 작가들을 조명했다.

초대작가 김원진, 김윤경숙, 김윤수, 이규식, 이수진, 조소희, 편대식 등 7명은 가볍거나 얇은 물질을 소재로 반복적인 행위와 노동집약적인 작업방식을 통해 시간성을 보여준다.

대청호미술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문자 쓰기로 빼곡하게 채운 이규식의 작품 ‘李규식’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 이규식
이규식은 5주간 미술관 로비에 직접 문자드로잉을 했다. 로비 현관문과 유리벽, 기둥, 가벽 등 1층의 시설물과 그 사이 틈새까지 노란 형광색 분필로 빼곡하게 채워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집착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했다.

1전시실은 지층 단면처럼 층층이 쌓인 재료의 물성이 드러나는 편대식, 김원진 작가의 회화, 설치작품으로 각각 전시된다.
ⓒ 편대식
편대식은 15m 대형 롤지 위에 연필로 빼곡하게 칠한 작품 ‘순간’을 대청호미술관 1전시실의 콘크리트 벽면을 감싸는 형태로 설치했다. 그의 작품은 연필의 흔적들과 수만 가지 선이 쌓인 거친 표면 속에 노동의 흔적이 녹아 있는 것을 말해준다.

김원진은 시간이 흐름과 상황에 따라 변이하는 기억의 속성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겹겹이 쌓는 드로잉이나 조각적 형태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자신의 일상 기록물과 수집한 책을 태운 재를 석고와 밀랍을 섞어 층층이 쌓아올리거나 얇은 판형을 만든다.

1전시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깊이의 바다’는 전시기간 동안 가루와 파편으로 바스러지도록 설치했다. 그 중심에 사각의 형태로 얇고 길게 쌓아 올린 ‘너를 위한 광장’은 긴장된 상태로 세워 기억의 연약하고 불명확한 속성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2전시실은 눈에 보이지 않은 시간의 흐름과 자연 현상을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한 여성작가 조소희와 김윤수의 드로잉과 설치로 각각 구성했다.
ⓒ 조소희
조소희의 ‘Daecheongho Museum of Art where…’는 가늘고 연약한 실들이 서로 맞물려 넓은 공간을 채우며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과 노동의 과정으로 엮인 실선들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겹쳐 보이면서 깊은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

김윤수는 시공간의 경계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해왔다. 최근에는 깊은 사유와 성찰을 바탕으로 자연의 현상 속에서 인간의 유한한 삶과 만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서정적인 심상으로 포착했다.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는 바람 드로잉 360장을 인쇄해 쌓아 올리거나 아코디언 형태의 종이 위에 그리고 그 옆에 드로잉을 꽃이 핀 평원을 섬세하게 드로잉했다.

3전시실은 시대의 환경과 상황이 담긴 지층과 같이 현재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다룬 김윤경숙과 이수진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 김윤경숙
김윤경숙은 개인의 비극이 단지 개별적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음을 시사한다. 선긋기 혹은 바느질과 비닐테이프 붙이기 같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망각돼가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샹들리에 유리장식에 붉은 선을 촘촘히 채워 넣은 ‘그날’과 붉은색 테이프로 벽면을 감싸고 다시 뜯어 원상태로 돌리는 과정을 기록한 ‘망상의 침몰’ 속 반복적인 행위는 개인의 상처에 대한 위로이자 또한 시대의 아픔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시대를 향한 외침이다.

이수진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공간이 함축하고 있는 시간성과 서사성에 관심을 두고 산업화 사회에서 부스러져 나오는 잔여물들을 작품의 소재로 다양한 설치를 보여준다. 이번 출품작 ‘Glass Landscape’는 청계천 등지의 자투리 유리들을 수집한 뒤 마치 잔디밭이나 이끼처럼 설치했다. 이를 통해 급속한 산업화로 변화의 진통을 겪은 서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청호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가늠하기도 힘든 긴 시간과 치열한 노동의 흔적이 돋보인다”며 “오랜 세월동안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지층과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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