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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무심천 벚꽃이 팝콘 터지듯 일제히 꽃망울 터뜨려 사람들 눈을 호강시키는가 싶더니 금세 바람에 나풀나풀 꽃잎이 날린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은 것은 여기 벚꽃 지고나면 우암산 순환도로 벚꽃이 피고 이어서 상당산성 벚꽃이 우리를 맞는다. 어제 밤 내린 비에 차창에 들러붙은 연분홍 꽃잎 두 개, 차마 떼어내질 못했다.

이렇듯 꽃피는 봄이면 문득 어린 시절 봄 소풍이 생각난다. 소풍에는 의례 김밥을 쌌다. 김밥 속에는 약방의 감초마냥 단무지가 항상 있었다. 나는 노랗게 물을 들인 단무지가 싫어서 손가락으로 파냈다. 단무지만 버린 것이 아니라 노란 물이 든 밥알까지 떼어냈다. 그렇게 되니 김밥은 찌그러져 볼품없이 되곤 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아시고는 꾸중을 하셨다. 따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건강해 지려고 한 것도 아닌데 진하게 물들였거나 어묵, 소시지처럼 가공하여 그 속을 모르는 음식은 어려서부터 피했다. 지금의 패스트푸드 같은 것들이었는데 나이가 든 지금도 멀리하고 있다.

얼마 전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이 어머니의 인터뷰 방송을 보았다. 2016년 9월 4살 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신장기능의 90%를 잃어 매일 10시간 이상 투석을 2년이 넘도록 하고 있다한다. 아이가 사고를 당하기 몇 달 전 세종시에서는 패티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 납품업체인 맥키코리아에 통보했지만 그냥 유통이 되어 피해를 입었는데도 한국맥도날드에서는 직접 사과 한 마디 없었다한다. 그 어머니는 2017년 한국맥도날드를 고소했는데, 한국맥도날드는 무혐의 처리되고 맥키코리아 직원 3명만 기소된 것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4세 이하 영유아나 고령의 환자에서 급성신부전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1982년 미국 어린이들이 대장균(O-157)에 오염된 덜 익은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고 집단 발병하여 일명 햄버거병으로도 불린다. 산업화가 촉진되면서 바빠진 사람들은 '빠름'을 추구하게 되었다. 수학에서 로그(log)가 빠른 계산을 위해 태어났다면 햄버거는 주문을 하면 빨리 나오는 패스트푸드로 산업사회의 산물이다. 패스트푸드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사람 몸에 해롭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하고 있다.

지금도 수구레국밥이 있지만 1960년대 말 세상을 놀라게 한 '수구레'사건이 있었다. 군화제조용으로 수입한 소가죽에서 떼어낸 고기조각(수구레)이 시중에 유통되어 설렁탕 재료로 썼고 수구레 처리 과정에서 황산과 같은 화공약품을 사용했다고 해서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다. 배고프던 시절 우리의 고단한 삶을 엿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그것은 장난이 아니라 범죄였다. 옛날에는 그것이 생계형범죄였다고 백번을 양보한다 해도 오늘날은 더 많은 이익을 바라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명백한 범죄인 것이다.

먹다 남은 반찬의 재사용이라든지 유해첨가물의 사용,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가짜 유기농 농산물처럼 먹을거리가 잘못되면 국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나 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응하여 스스로를 지켜야한다. '다시는 그 누구도, 어느 기업도 돈 때문에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그런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꼭 재수사를 해서 책임자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피해 아이 엄마의 목 메인 목소리가 아직도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이 진실하고 아름다워야 하듯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또한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무심천에 꽃비가 내린다. 엄마 손 잡고 나온 키 작은 아이의 뽀얀 얼굴에 흐르는 아기사과 꽃 같은 해맑은 웃음. 우리의 먹을거리도 그 웃음처럼 향기롭고 환하게 빛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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