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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영

수필가

몇 년 전 친한 지인과 격월로 여행을 다니는 것을 목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그동안 우정을 나누며 만남을 이어오는 가운데 청산도로 여행을 떠났다.

예전에 TV에서 청산도 소개를 할 때, 계단식 밭에 심은 노란 유채꽃이 바다와 잘 어울리는 환상적인 화면을 보았다. 언제든 꼭 한 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다녔었다.

우리는 아침 6시에 관광차에 몸을 싣고 청산도를 향해 출발했다. 부부, 친구, 모임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 대의 관광버스 공간에서 같이했다. 4시간여 만에 완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여행객을 먼저 맞이한다. 여객터미널에는 청산도로 가려고 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붐볐다. 긴 기다림에도 모두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다. 검표가 시작되고 문이 열렸을 때 설렘과 떨림의 진동이 동시에 가슴을 울렸다. 섬으로 여행 갈 때만 보던 커다란 여객선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승선을 한다.

여객선은 50여분 뒤 목적지인 청산도 도청 항구에 데려다주었다. 몇 년을 가슴에 품고 다녔던 청산도에 안겨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동행한 친구들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여러 코스 가운데 봄의 왈츠와 서편제 영화에 나왔던 1코스를 선택해서 걸었다. 제일 먼저 '느림의 종'을 만났다. 앞서가던 S가 종을 힘껏 치자 그 소리가 길고 넓게 퍼져나갔다.

봄의 왈츠 드라마 촬영지와 당리 서편제 영화 촬영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가던 길을 멈추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수채와 같은 풍경이다. 화가가 한 번의 붓 터치로 그려 놓은 듯한 구불구불한 오솔길은 청산도 풍경에 포인트가 된 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유채꽃 개화가 목전에 든 탓일까. 멀리서 보이는 유채밭과 바다의 어울림이 어느 전시회에서 봤던 유화를 생각나게 하였다.

등을 돌려 산 아래 동네도 내려다본다. 빨갛고 파란 지붕의 색깔이 눈길을 끈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촌락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다. 그제 서야 청산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되었고,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인증 세계 슬로길 1호로 지정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낮은 돌담이 구불구불 곡선의 미를 더해준다. 돌담 아래는 노란 수선화가 줄지어 피어있다. 마치 노란 병아리가 봄나들이 가는 것 같은 풍경이다. 한국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 영화에서, 주인공 세 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걷던 길이란다. 마침 돌담 위 스피커에서 진도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왔다. 리듬에 따라 어깨를 들썩여도 본다.

걷다 보니 봄의 왈츠 드라마 세트장이다. 동유럽풍 전원주택 정원에는 출연했던 배우들의 사진이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그 옆에는 빨간색의 우체통이 서 있는데 느림 우체통이라 씌어 있다. 늘 빠름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느림이라는 말은 왠지 위안과 위로를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우리는 세트장 정원 앞 벤치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각자 정성을 들여 준비한 반찬을 꺼내놓으니 진수성찬이다. 청산도의 파란 하늘과 바람과 함께 먹는 밥맛은 꿀맛이었다. 또한 식사 후 마시는 커피의 향과 달콤함은 느림의 여행에 추억을 보태주었다.

유유자적하며 화랑포 길을 가던 우리는 항구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오던 길에 피노키오 드라마 촬영지였던 시골집을 스캔하듯 훑어보고 항구로 돌아가는 지름길을 선택하였다. 선착장이 있는 도락리로 가는 길, 우리 네 사람은 유채꽃에 판박이가 되어 사진을 찍으며 청산도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육로로 4시간,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달려온 청산도에서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꿈에도 그리던 아름다운 풍경을 두 눈에 담고, 가슴에는 추억을 품고 돌아가는 길이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가 되리라 생각해 본다.

청산도는 내게 쉼이었고 느림의 미는 채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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