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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멎을 듯한 雪山 파노라마

함우석 주필 에베레스트 트레킹 여행기
남체-샹보체-에베레스트뷰 호텔-텡보체

  • 웹출고시간2019.04.08 21:08:15
  • 최종수정2019.04.08 21:08:15

남체바자에서 400m 가량 고도를 높여 오른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선 설봉을 향해 걸어간다. 해발 고도 수천 미터의 고봉이 즐비하게 선다. 장엄한 설산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찬란하게 빛나는 설산을 마주하니 황홀하다. 뒤돌아보니 꿈결 같은 콩데의 풍경이 따라온다. 콩데 아래로 남체바자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14좌 원정에 나선 조철희 대장과 한 컷 한다.

ⓒ 함우석 주필
2. 엄한 설산 고소적응을 위한 훈련과 휴식

3월11일, 남체(3440m)에서 맞는 아침이 상쾌하다. 롯지의 방안에서 일출을 마주한다. 창문 너머로 콩데(6187m)가 웅장하다. 살짝 떠오른 햇살을 받아 빛난다. 만년설 봉우리에서 황금빛 일출을 시작한다.

일출과 함께 선연한 하루를 이어간다. 오전 7시 아침 식사다. 미역국과 누룽지로 해장을 한다. 오전 8시 고소적응을 위해 롯지를 떠난다.

남체바자 전경

ⓒ 함우석 주필
남체바자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주로 트레킹 관련 장비를 팔거나 대여하는 상점들이다.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제법 있다. 제과점이나 카페, 인터넷방, 편의점, 기념품가게들이 줄을 서 있다. 마을길을 따라 언덕 위쪽으로 올라간다. 남체바자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현대식의 건물로 지어지는 공사현장도 여럿이다.

남체바자를 에둘러 걸어간다. 헉헉거리며 40여분을 걷는다. 다시 계단을 이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텐징 노르가이 박물관 앞에 선다. 에베레스트와 로체, 아마다블람이 가까이 보인다. 일행들과 기념촬영을 한다.

좀 전 보단 숨 쉬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 사이 고소적응이 좀 된 듯하다. 여행객들은 대개 도착한 다음날 바로 출발하지 않는다. 남체에서 이틀을 머문다. 일종의 고소적응 훈련이다. 대개 샹보체(3720m)를 중심으로 한다.

텐징 노르가이 동상

ⓒ 함우석 주필
우리도 에베레스트뷰 호텔(3880m)까지 오르내린다. 오전 9시20분, 호텔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일찍부터 산을 오르는 여행객들이 눈에 띈다. 남체바자의 조망이 한층 더 넓게 터진다. 크고 아름답고 성스럽다. 오를수록 감동이 더 커진다.

등산화 끈을 다시 맨다. 두꺼운 옷도 하나 벗어 배낭에 집어넣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정에서 알몸의 남체바자 전경을 바라본다. 히말라야 산정마을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안나푸르나의 촘롱이나 간드룽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남체바자 입구 스투파

ⓒ 함우석 주필
잠시 쉰 뒤 다시 걷는다. 오를수록 흉통이 심해진다. 그래도 다리쉼을 하는 동안 기쁨이 몰려온다. 고통과 행복이 교차한다. 고도가 높아지니 교목은 어느새 사라지고 관목들만 무성하다. 낮게 누운 관목이 노장(노자와 장자)의 세상 이치를 떠올리게 한다.

한참을 앉아 들숨과 날숨을 고른다. 설산을 휘돌아 불어온 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장엄하고 장백한 에베레스트가 멀리 보인다. 바람에 마음을 빼앗긴 채 걷는다. 숲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다. 길가에 혹시 핀 꽃이라도 있나 살핀다.

샹보체 정상의 헬리콥터

ⓒ 함우석 주필
언덕길을 힘들게 오른다. 산정 즈음에 초르텐 하나가 당당히 서 있다. 그 곳에 아름다운 뷰포인트가 하나 있다. 가슴이 탁 트인다. 언덕 위에 내려앉은 헬리콥터가 이색적이다. 한두 대도 아닌 여러 대가 대기하고 있다.

오전 10시50분, 마침내 에베레스트뷰 호텔에 닿는다. 호텔 테라스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아마다블람과 로체, 에베레스트, 촐라체를 한 눈에 확인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좋은 전망을 만난다. 무슨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쁘다.

그 사이 커피와 레몬차, 토스트와 샌드위치가 나온다. 여행에 대한 여담이 점점 깊어진다. 산객들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연발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구름이 고봉을 따라 포옹하듯 달라붙는다. 3월의 봄날이 아름다운 시간이다.

낮 12시 하산을 서두른다. 남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내려간다. 남체바자의 전경을 다시 사진에 담는다. 오후 1시30분 롯지에 도착한다. 늦은 점심을 하고 잠시 휴식을 한다. 햇살 받아 선명한 히말라야를 고스란히 즐긴다.

남체바자 구경에 나선다. 몇 몇 트레킹 상점을 둘러본다. 팍딩에서 추위가 생각나 겨울용 패딩을 하나 산다. 가격을 살피고 살펴 적당한 가격에 구입한다. 물론 어이없는 가격 제시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물정 모르는 나의 허술함도 한몫한다.

여행객들에게 상점 주인과 흥정은 새로운 활력소다. 밀고 당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후 5시30께 롯지로 돌아온다. 그 사이 빵집에도 들러 빵과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산중의 맛치곤 그런대로 좋다. 노천 커피도 나름 풍미를 낸다.

샹보체에서 바라본 눈 덮인 콩데 전경

ⓒ 함우석 주필
오후 6시 저녁식사를 한다. 롯지 난로에 불을 때고 옹기종기 앉아 수다를 떤다. 물론 1천 루피를 지불해야 밤 9시까지 난로사용이 가능하다. 회의장을 연상케 하는 탁자 배열은 좀 불편하다. 그래도 1천 루피의 온기를 누릴 수 있다.

저녁을 먹고 가벼운 산책을 즐긴다. 헤드랜턴에 의지하며 마을길을 따라간다. 제법 큰 마을이라 엊그제 머문 팍딩과는 너무 다르다. 활기차고 분주한 풍경에 흡사 산 아래 있는 듯한 기분이다. 상점들의 환한 불빛도 어둠 속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산책까지 마쳐도 시간이 너무 많다. 다른 때 같으면 할 일이 많았을 게다. 글을 쓴다든지, 술을 마신다든지 무슨 일을 해도 했을 게다. 하지만 남체에서 여유는 좀 다르다. 오롯이 나를 위해 쓰려는 시간이다. 순연한 산 여행을 위한 기도다.

3월12일, 새벽 1시에 잠을 깬다. 아침까지 뒤척이다 일어난다. 잠을 설친다. 인근부대에서 시간 마다 치는·'땡땡 땡땡..' 2박자 종소리를 모두 듣는다. 흉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몇 번의 호흡으로 평정심을 찾는다.

고통이 아무리 심해도 절망에 몸을 맡기지는 않는다. 소심하고 한심한 회피보다 내면의 싸움을 시작한다. 비겁하지 않게, 한심하지 않게 걷는다. 천신만고의 끝에 이룬 시작이다. 발끝에 온 신경을 쏟는다. 잠시 한눈도 팔지 않는다.

오전 7시 아침을 먹는다. 아침밥을 먹는 내내 콩데를 비추는 햇살이 찬란하다. 오전 8시 남체의 사마 롯지를 출발해 9시55분 아마다블람뷰 롯지에 도착한다. 하얀 빙설이 내리쬐는 햇살로 빛나는 산군을 조망한다.

이른 봄날 구름 한 점이 없다. 하늘을 예민하게 바라본다. 아마다블람과 로체, 촐라체가 찬란하다. 빛의 산란이 만년설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신비로운 자연의 마술을 보여준다. 명징하게 드러난 의식의 빛이 순간순간 청담함을 전해준다.

오전 11시 20분 풍기텡가의 브릿지 킹 롯지에 닿는다. 구름이 만들어낸 풍경이 그럴듯하다. 만년설을 이고 사는 설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점심을 먹고 다시 걷는다. 야크 행렬 몰이꾼의 고함소리가 아프게 다가온다. 야크의 워낭소리가 서럽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누구든 삶의 행진은 서럽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산중 야크 몰이꾼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알 수 없다. 오르막을 오르는 숨 가쁜 호흡 사이에 맑은 공간이 생긴다.

웅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자연이 만들어낸 장엄한 예술작품들이 줄을 선다. 텡보체(3860m) 가는 길은 이렇게 설산의 대서사시다. 엄중한 오케스트라가 귀와 발걸음, 호흡과 눈에 전해진다. 모든 것들과 하나 돼 걷는 길이다.

천천히 오르막을 걷는다. 느린 걸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 천천히 걷는 사람만이 보는 게 있다. 한 발 한 발 걸으며 풀이며 나무를 들여다본다. 되돌아보니 조금씩 수목한계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한가하고 고요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오후 2시50분 탱보체 사원에 다다른다. 가장 먼저 커다란 초르텐이 눈길을 잡아끈다. 그 뒤로 곰파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침내 텡보체 사원이다. 찌릿한 느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사원을 향해 절을 올린다. 안도감이 밀려온다. 산 풍경 하나가 오감을 눈부시게 한다.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탐세르쿠(6608m)와 캉데가(6779m)가 선명히 드러난다. 로체와 에베레스트, 촐라체가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차오르는 숨을 참고 황홀경에 빠진다.

최고의 뷰포인트는 다름 아닌 탱보체 사원 입구다. 탐세르쿠가 눈앞에 있다. 정상에선 백호 한 마리가 똬리를 풀고 포효한다. 봉우리에 걸린 저녁 구름이 늦은 햇살을 받아 황홀하다. 그 옆에선 캉데가가 지지 않고 버틴다.

오후 4시40분 디보체에 도착한다. 이곳 롯지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머문다. 여기서 말레이시아 트레커 12명과 슬로베니아에서 온 모녀 트레커를 만난다. 칼라파타르(5554m) 정상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친구들이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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