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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홍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센터

3월부터 근무하게 된 새 근무지인 이 곳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센터는 무심천 바로 옆, 서문교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매년 벚꽃 구경은 빠지지 않고 해 왔는데, 올해는 본인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무심천 벚꽃의 피고 짐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다. 몇 달 째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벚꽃을 구경하고 꽃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비록 퇴근길 교통 상황이 만만치 않을지라도 말이다.

이성부 시인의 '봄'이라는 시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라는 첫 구절로 시작한다. 어느 계절이나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계절은 주로 봄이다. 하지만 나는 더위를 굉장히 싫어하는 터라, 겨울의 종결을 알리는 동시에 여름의 시작과도 같은 봄이 오는 것이 반갑지 않던 때가 있었다. 추위 끝의 따스한 정취가 아닌, 더위 전의 예열 같은 느낌으로 봄을 받아들인 것이다. 기다리지 않았는데 덜컥 다가오는 계절이었다.

굳이 기온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봄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더 있었다. 업무적으로 봄이란 겨울방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새 학기 업무가 시작되는 시기이고, 그에 더해 많은 교직원들이 바뀌는 조금은 어수선한 시기라고 생각을 해왔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과 비교했을 때, 마음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는 계절이었다.

헌데 요즘은 봄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체질이 변하고 있는지 추위도 예전만큼 잘 참아내기 힘들고, 그나마 공기는 맑았던 예전의 겨울에 비해 공기도 좋지 않으니 이럴 바엔 따뜻한 게 낫겠다는 오기 때문인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생각 없이 누리느라 몰랐던 새 학기의 풋풋함과 설렘을 지금은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인 것도 같고, 북적거리는 인파에도 필사적으로 밖으로 나와 봄을 만끽하는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을 보는 것이 즐거워져서 그런 것도 같다. 현재 나의 몸 상태와 보고 듣는 주변 상황이 이토록 영향력이 있다는 걸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계절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어 놓다니. 싱그러움이라는 예쁜 단어가 이다지도 잘 어울리는 계절을 그동안 왜 몰라봤을까.

계절의 흐름은 우리의 통상적인 하루와 흐름이 같다. 기온차가 큰 아침이 지나면 따뜻한(조금은 더울지도 모르는) 오후가 오고, 오후가 지나면 선선한 저녁이 잠시 들렀다가 곧이어 차가운 밤이 찾아온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우리의 하루에 오롯이 들어있다. 그 중에서도 아침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하루의 시작에 대한 두근거림이 있는 시간이다. 앞서 얘기한 봄과 많이 닮아있다.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설렘이 가득한 계절.

아침에 계획을 잘 세워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면,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드는 순간이 보람 있고 뿌듯하다. 1년 사계절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봄에 1년 농사를 잘 계획하여 내실 있게 1년을 시작한다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기쁨과 격려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이토록 의미가 있고 중요한 계절이 내가 그토록 반가워하지 않았던 봄이다.

나름 잘 알려진 어떤 대중가수의 노래에는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봄이 그렇게도 좋냐?'라고 귀엽게 비꼬는 가사가 있다. 마치 예전의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렸던 이 노래가사에, 지금은 자신 있게 반박의 대답을 할 수가 있다. 벚꽃은 말도 못하게 예쁘고, 나는 이제 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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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