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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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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명화를 만나다' 한국 근현대 회화 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 덕수궁을 찾았다. 작가 유족, 소장자 특별 관람을 하고 명화100선에 핀 꽃들 앞에 섰다. 연일 추운날씨가 계속 되었지만 그림 속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에서 창가에 고개를 살짝 내민 매화가 팝콘 닮은 봄을 피우고 있고,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의 그림 '길례 언니, 가 쓴 모자 테두리에는 장미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회색빛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이 있는 '청춘의 문'에는 그림 아래쪽에 백합종류의 꽃들이 만발해 있고,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에 달구지를 끌고 가는 황소 등에도 분홍색 꽃이 꽂혀 있었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돌자 겨우내 꽃병에 있던 마른 꽃을 걷어 버리고 작은 화분 하나를 사왔다. 노란 바이덴스 꽃이 풍기는 은은한 향이 온 집안에 그윽하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잘 가꾸지를 못하는 나는, 내가 속해 있는 단체의 행사가 있을 때 선물로 들어온 마당 가득 했던 화분을 빈 화분으로 만들어 내어놓기를 몇 해, 이제는 두어 개 남은 화분에 남은 정을 붙여본다.

한번은 육묘 장을 지나다 쓰레기더미 위에 화분 채 버려진 동백 꽃나무를 주워 와서 화단에 심고 정성을 들였다. 그랬더니 기운을 차리고 꽃망울을 알알이 맺고 있을 때였다. 6층에 사는 내가 들고 날 때 만 보기가 아까워 더 가까이서 보려고 했던 생각이 잘못이었다. 화분에 옮겨 심고 현관 앞에 놓았는데 기대와 달리 날이 갈수록 시들어 가는 거를 보며 나의 무지와 욕심을 얼마나 자책 했는지 모른다.



미술관에는 야생화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1970년대 꽃 명이 없이 '들꽃' 이라는 이름으로 그려진 그림도 여러 점이 있었다. 그 꽃을 보며 덕유산 자락에 무리지어 피어있던 원추리 꽃의 진경이 떠올랐다.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불리는 이 꽃은 어린순이 나오면 나물로 먹기도 한단다. 펼쳐진 잎이 자라 골이 파인 잎줄기가 생기면 여러 개의 꽃대를 세우고 칠팔월에 꽃을 피웠다. 생장이 빨라 밤새 연한 녹색의 잎이 뾰족하게 올라와 있기도 하고, 번식력이 좋아 몇 포기만 심어도 화단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산(多産)의 의미를 담아 화가인 친구가 보내준 그림이 거실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지만 미처 음미해 볼 시간이 없었다.



흔히 꽃을 연약한 여인에 비유하기도 하고, 성숙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꽃으로 상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도슨트 (전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말 한용운의 시 '해당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인성의 '해당화'에는 해방의 염원을 담았고,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서는 주인공 서희가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고 주저앉아 해방의 감격을 표현했다. 미얀마의 독립 운동지도자 아웅산 수지여사는 일흔 살의 주름진 얼굴에 긴 머리를 뒤로 묶고 머리띠에 생화를 꽂고 있었다. 군부독재에 단호히 맞서되 폭력을 거부했던 그의 의지를 꽃에 담았다고 한다. 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의 꽃은 나약 하지 않았고 아름답기만 한 것도 아님을 알려 주었다. 꽃의 계절, 아침 일찍 '톡'하고 꽃 이야기가 날아왔다. 보내주는 이의 정성이 고마워 반가운 마음에 얼른 열어 보았더니, 원추리 꽃 ·그대 오는 길목 향해 까치발 목을 빼어 나팔 귀 쫑긋 세워 발짝 소리 기다리던…· 오늘은 원추리 꽃의 날 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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