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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20 17:01:43
  • 최종수정2019.03.20 17:01:43
[충북일보] 충북 괴산 연풍성지는 충주에서 문경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경상도에서 충청도의 신앙을 잇는 교차점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여러 천주교 성지를 다녀 보았지만, 연풍 순교성지는 처음으로 1866년 병인박해 때 수없이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했던 지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곳이다.

성지 개방시간을 기다리면서 보게 된 '단원 김홍도가 걷던 길'이다. 김홍도는 1791년 정조의 초상을 그리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해 12월 종 6품 해당하는 최고 직책인 연풍현감으로 발령받아 1795년 1월까지 재직했다. 이때 정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길이 220m 높이 1.6m 전통토담을 설치했다. 그의 작품 20여 점을 부조 조형물 아트타일로 제작해 '연풍연가'를 주제로 한 생활 풍경, 농촌 풍경, 놀이 풍경, 산수풍경 등을 배치해 놓았다. 이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니 개방시간(오전 9시)이 다가왔다.
1시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멀리서 성지문을 열어주기 위해 바삐 걸어오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니 마치 예전에 알고 지내던 신부님처럼 반가움이 앞섰다. 아침 공기가 쌀쌀했던 날이었다.

병인박해 때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체포돼 순교 했다고 전해진다. 연풍성지에는 십자가의 길, 다섯 성인상, 향청(옛 공소) 황석두 루카 성인묘, 형구틀, 중앙제대, 십자가(순교터), 순교헌양비 등이 있다.

이른 아침 연풍순교성지 풍경은 그야말로 고요함만이 흐른다. 마음의 복잡함으로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 주변을 산책하듯 둘러보는 것도 나름의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겨울철에 보여주는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보면, 다른 계절에는 훨씬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섯 성인상과 반석이 서있다. 병인박해가 한창이던 1866년 3월 30일 보령 갈매못(현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에서 순교한 다블뤼 주교, 오메트로 신부, 위앵 신부, 황석두 회장, 장주기 회장 등 다섯 성인과 성인들이 서울로 압송될 때 다시 서울에서 갈매못으로 압송되는 도중에 쉬었다는 반석이다.

충청북도 문화재자료 제13호로 지정된 향청은 숙종17년(1691)에 처음 지어진 건물로 일제 강점기 때 주재소로 사용되었으며, 1963년부터는 천주교 연풍 공소로 사용해 현재 연풍순교성지 내에 있다. 향청이란 수령의 행정을 보좌하던 자치기구로 향리를 감찰하며, 민정을 대변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정면5칸, 측면 2칸의 기와집이다.

한국 천주교 103성인에 속하는 황석두 루카 성인의 영원한 안식처가 된 성인의 묘소가 성지 내에 있다.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가 황석두 루가 성인의 고향이라고 한다.

돌 가운데 원추형으로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은 것처럼 보이는 교수형 형구돌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수없이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각처에서 체포되자 박해자들의 손쉬운 처형 방법으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형구돌'이다. 연풍순교성지에서 모두 4개의 형구돌이 발견됐는데 1964년 발굴된 첫 번째 형구돌은 절두산순교기념관에 기증되었고 현재 3개의 형구돌이 남아있다. 형구돌 직경은 1미터 둘레 4~5미터에 원추형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겨울 특유의 앙상함을 보여주는 나무들의 모습과는 달리 주변이 차분한 느낌이다. 걷다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의자들이 곳곳에 있어 일상에서 잠시 찾아와 쉬었다 가는 명상의 장소처럼 보인다.

대형십자가가 자리한 곳은 당시 사형장으로 옥터 또는 도살장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죄인들이나 천주교를 믿다가 잡혀온 교우들이 형방건물에서 갖은 고문을 당한 뒤 처형당하기도 했다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2013년 성 황석두 루카 탄생 200주년 기념성당으로 건립된 성당의 내부를 둘러본 뒤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장소이기도 한 연풍순교성지에서 잠시나마 묵례를 올려봤다. 연풍성지는 병인박해 때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도 처형되었다는 천주교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충청북도 충주에서 경상도를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해 인근 가볼 만한 곳으로는 괴산 한지 박물관, 원풍리 마애 불상군, 수옥 폭포 등이 있다.

/ 충북도SNS서포터즈 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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