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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13 17:50:27
  • 최종수정2019.03.13 18:19:3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오리나무는 오리목(五里木)이라 해 옛사람들의 거리 표시 나무로 알려져 왔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 나무를 길가에 이정표 삼아 5리(五里)마다 심었던 데서 오리나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지만 사실은 중국의 기록에도 나오는 '유리목(楡理木)'에서 '오리목'으로 변이된 것이라 추정된다. 오리나무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나막신, 지게 작대기, 농기구의 자루 등 생활에 쓰이는 각종 도구를 만들고 염매제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의 염료로 쓰이며 귀한 약재로도 활용되는 등 옛사람들의 생활에 너무나 많이 활용되는 나무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리목은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한 나무이고 누구나 잘 아는 나무였을 것이다.

 동해안의 삼척, 속초 등 갯가 사람들은 용왕에게 제사지낼 때 오리나무로 성목(姓木)을 깎아 바쳤는데, 바다를 여신으로 봤기 때문에 심한 바람으로 거친 파도를 만들어 배의 운항을 어렵게 하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앙칼진 여신을 달래는 것은 남자의 성기와 똑같은 신목(腎木)을 깎아 바다에 넣어 파도를 잠재울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에 가면 해신당 공원이 있는데 눈길이 닿는 곳마다 남근조각을 세워 놓아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리고 전통혼례식 때 존안례(奠雁禮)를 위해 신랑이 가지고 가는 나무 기러기도 오리나무로 만든다.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달리며, 봄이 채 오기 전부터 꽃을 피우는 부지런함이 있으니, 신랑 신부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라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어서다. 또한 하회탈을 제작하는 데도 쓰이며, 1999년 4월 안동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에게도 오리나무로 만든 탈을 선물했다고 한다.

 오리나무처럼 거리 표시목으로 알려진 나무가 또 있는데 바로 시무나무다. 시무나무는 지유(地楡) 또는 자유(紫楡)라고도 하는데 가시를 가진 느릅나무라는 뜻에서 자유(刺楡)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바퀴의 축으로 쓰여 축유(軸楡)라 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20리마다 심어 이정표로 삼았다 해 스무나무라 부르던 이름이 시무나무로 변했다는 속설이 있다.

 시무나무와의 음의 유사성으로 인해 스무나무와 연관 지어 거리 표시목으로 알려지는 언어의 속성과 마찬가지로 김삿갓은 시에서 시무나무를 비롯해 숫자를 가리키는 한자와 우리말 음을 이용한 언어유희에 매우 능란했다.

 '二十樹下三十客, 四十村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시무나무(이십→스무→쉬는 나무) 아래, 서러운(삼십→서른→서러운) 나그네에게 망할(사십→마흔→망할) 마을에서 쉰(오십→쉰) 밥을 주네.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일흔→이런) 일이 있는가.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설은(설흔→설은) 밥을 먹으리.

 김삿갓은 본명이 김병연(金炳淵, 1803~1863)으로 원래는 세도가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나 홍경래 난으로 인해 역적의 집안으로 전락돼 노비의 집에서 숨어 살게 된다. 집안을 다시 일으켜보려는 모친의 후원에 힘입어 스무 살에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하는데 그 과제가 조부를 규탄하는 글이었음을 알고 글공부를 포기하고 방랑생활을 하게 된다. 기구한 운명으로 일생을 문전걸식하며 전국을 방랑하면서 온갖 천대를 받으면서도 시를 쓰며 자신을 위로했다. 체제에 대한 반항과 불평이 가득했던 그가 지은 시는 한시에서 철저하게 지켜 내려온 압운을 무시하는 등 형식이 파격적이고 표현이나 기교가 새로운 것이었으며, 평이하면서도 유머가 있었다.

 지명이 한문에 대한 지식이 적은 일반 주민들에 의해 전해오면서 변이되는 과정과 김삿갓이 시에서 사용하는 언어유희와는 많은 유사성이 있고 또한 전국을 방랑하면서 각 지역의 독특한 지형과 지명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김삿갓의 시가 나의 지명 산책과는 너무 흡사해 언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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