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9.03.06 17:35:49
  • 최종수정2019.03.06 17:36:00

김혜식

수필가

지난 2월 중순 어느 날 남쪽에서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춘이 지났으나 바람결엔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이 남아있던 터라, 매화의 만개 소식에 괜스레 가슴이 설렜다. 머잖아 희망의 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올 듯 하여서이다. 꽃 중에 유독 매화를 좋아한다. 이유는 매화의 매일생한 불매향 (梅一生寒 不賣香) 때문이다.

혹독한 추위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매화다. 아울러 자신의 향기 또한 값싸게 팔지 않는다. 이런 고결함에 반하여 예로부터 매화를 청빈한 선비의 표상으로 일컬었나보다. 올곧은 선비는 빈한한 삶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지조를 생명처럼 여긴다.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문득 어린 날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어려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철저히 행하였던 분이다. 사람을 사귀되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귈 것과, 또한 항상 마음의 고갱이를 가슴 속에 깊이 묻어두어 헛된 유혹에 쉽사리 흔들리지 말라는 말씀도 덧붙였다.

철부지 때는 어머니의 말씀이 선뜻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어머니의 가르침이 진리였다는 것을 새삼 깨우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실의에 젖을 때, 목표를 향하여 더욱 노력하도록 격려해주는 친구는 삶의 공명판이 되고도 남음 있다. 굳건한 마음자락은 험한 세사(世事)에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축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겨우 내내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심리학에서 우울증은 긍정적인 감정 결여가 주된 특징인 증후군으로써 즐거움과 호기심, 열정과 만족이 결여된 마음 상태라고 일렀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이러한 증세로 마치 텅 빈 그릇 같은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갱년기 증세가 지속되는가. 왠지 모를 불안과 초조, 그리고 의욕상실 등의 부정적이고 역기능적인 생각이 수시로 엄습해 왔다. 이러한 우울증 증후군의 병소(病巢)가 다름 아닌 헛된 탐욕이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는 평소 온갖 오욕칠정에 얽혀 지내온 탓이다.

한편 욕심을 한껏 부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진대, 그동안 마음의 수양을 게을리 한 듯하여 갑자기 얼굴이 뜨겁다.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 행복하게 살 때 우리는 상승 음계를 타고 올라가는 삶을 살게 된다." 라고 갈파 했다. 즐겁고 의미 있게 살면서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고 계발하여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란 뜻이 내재된 말이기도 하다.

흔히 행복은 가까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린 그것을 잊고 늘 행복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이 또한 인간이 지닌 욕망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세계 최강국인 미국 국민 11%조차 일상에서 '생기가 없다'라고 느낄 정도라니 눈부신 문명의 발달, 부유함 만이 행복의 조건은 아닌 성 싶다. 이렇듯 침체되고 공허한 삶 역시 메워도 메워지지 않는 바다와 같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매화의 지조와 절개 앞에 다시금 옷매무새를 고쳐본다. 사군자(四君子)의 으뜸인 매화는 눈보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하게 꽃을 피워 진한 향기로 가장 먼저 봄을 알리잖는가. 여느 꽃들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피지만 매화는 땅을 굽어보며 꽃을 피운다. 뿐만 아니라 매화는 자신의 열매 속에 독(毒)을 품어 새들이 씨앗을 함부로 퍼트리지 못하게 하는 고결함을 갖춘꽃이다. 한낱 식물인 매화도 이렇듯 높은 기상과 자기 방어기제를 갖추고 있으련만, 유독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온갖 욕망으로 점철 돼 자신의 욕심 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겸손과 고결, 높은 기품, 올곧음을 지닌 매화의 장점을 통하여 나또한 행복의 왕도를 밟아볼까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