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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27 17:21:43
  • 최종수정2019.02.27 17:21:4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오리골'이라는 지명은 청주시 지역에만 찾아보아도 내수읍 은곡리와 신평리, 그리고 낭성면 귀래리, 남일면 화당리, 남이면 척산리, 강내면 월곡리 등지에 있는데 모두가 그 유래를 오리가 많다거나 오리나무와 연관짓고 있으나 전국에 산재해있는 오리골의 어원을 찾아보면 '오리'나 '오리나무와는 상관이 없이 '언덕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지명들인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면 오리나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오리나무는 오리목(五里木)이라 하여 옛사람들의 거리 표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를 길가에 이정표 삼아 5리(五里)마다 심었던 데서 유래했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 안내판이나 고속도로의 시발지나 종착지까지의 거리를 숫자로 표시한 표지판을 볼 수가 있다. 표지판이 없더라도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가 대략 50m라는 것으로 짧은 거리를 측정해 보기도 한다. 이처럼 먼 거리를 가려면 내가 얼마나 왔는지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매우 궁금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옛날에는 역참제도가 발달하여 역참이 설치되어 활용되다 보니 역참과 역참간의 거리인 30리에 5리마다 눈에 띄는 나무를 심어 거리 표시를 했다는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들리고 우리 조상들이 너무나 과학적으로 모든 제도를 운영해 왔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옛 기록에 역참간의 거리에 오 리(五里)마다 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을 아직 본적이 없으므로 이것은 '오리'라는 음의 유사성에서 추측하여 만들어 낸 말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리나무는 특히 겨울에 금방 눈에 띈다.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 끝에 작은 아기 솔방울을 닮은 열매가 수없이 매달려 있는 키다리 나무를 찾으면 된다. 이 열매는 겨울을 지나 다음해에 잎이 나고도 한참을 그대로 매달려 있다. 속에 들어 있던 씨앗은 작은 날개를 달고 작년 가을에 멀리 떠나버렸기 때문에 사실은 걱정 많은 어미가 빈집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꼭 일부러 심어서가 아니라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로 길가를 따라가다 보면 5리도 못 가서 만날 수 있는 흔한 나무이면서 그 이름도 오리목(五里木)이기에 그런 속설을 만들었음 직하다.

청동기시대나 삼국 초기의 유적지에서 나온 나무를 분석해보면 오리나무가 꼭 들어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귀중한 나무였다.

오리나무는 껍질이나 열매에 탄닌이 함유되어 붉은 색과 검은 갈색의 염료로 쓰여 물감나무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여러 가지 색을 만드는 물감으로 쓰였지만 특히 붉은 색을 만드는 물감에 많이 쓰였기에 '적양(赤陽)'이름을 얻었고 중국에서는 '차조(茶條)'라 했다.

그리고 목재는 재질이 치밀하고 연하여 가구재, 건축재, 칠기재 등의 재료로 쓰였으며 특히 함지박, 나막신을 비롯해서 목기의 재료로 많이 쓰였으므로 '유리목(楡理木)'이라 했는데 아마도 이 유리목이 오리목으로 변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오리나무는 공기 중에 있는 유리질소를 흡수하고 콩과식물처럼 근류균이 생기므로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땅을 기름지게 하는 비료목으로 중요시했으며 또 둑을 보호하는 사방목이었다. 그리고 주로 논밭 등의 둑에 몇 그루씩 심는 풍습이 있어 농사일을 하다가 쉴 때는 이 나무의 그늘에서 쉬는 그림자나무(影子木)로 삼아 새참이나 점심은 주로 이 그늘 밑에서 먹었으며 추수 때는 장대를 나무와 나무의 가지에 걸쳐서 거기에 볏단을 걸어서 말리는 도가(稻架) 역할도 했던 것이다. 가지는 지팡이, 지게 작대기, 농기구의 연장 자루로 이용했으며 쉽게 터지지 않는 이점을 살려 나막신, 얼레빗 등 집기류를 만들고 숯은 화력이 강해 화약을 만드는 데도 썼으며 대장간의 풀무불 숯으로도 귀중하게 쓰였던 것이다.

이렇게 요긴한 오리나무라서 자꾸 잘라 쓰다 보니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오리나무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다.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함께 해온 귀한 나무를 이제는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수목 갱신을 위해 벌목을 하는 산에 대체목으로 오리나무를 좀 심어본다면 옛 정서를 되살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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