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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지명에 서린 일제의 잔재 上.침략 수단 창지개명(創地改名)

통치 미명하에 사라진 민족혼
과거 청주 오정목·본정통 등
수탈 등 침략 편의 위해 개명
1914년 행정구역 멋대로 개편
현재까지도 일본식 지명 혼재

  • 웹출고시간2019.02.25 20:53:05
  • 최종수정2019.02.25 20:53:05

편집자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19년 전국에 만세 함성이 울려 퍼지기 전인 1910년 8월.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우리나라는 기나긴 암흑기를 맡는다. 일제강점기 초기, 3·1운동이 시작되기 이전인 1910년부터 1919년은 흔히 '무단통치시기'로 불린다. 이 시기 충북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지명은 일본의 편의하에 난도질당한다. 무려 100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이 같은 지명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충북지역 일본식 지명에 대해 살펴본다.

일제강점기부터 불과 20년전 까지 본정통(本町通)으로 불렸던 청주시 성안길 모습.

ⓒ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오정목(五丁目)', '본정통(本町通)'

불과 몇 년 전까지 청주지역에 사는 장년층 이상 세대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청주의 일부 지역을 일컫는 지명인데, 현재는 '방아다리'와 '성안길'로 불린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국권을 빼앗은 1910년. 우리나라의 지명은 대변혁을 맞는다. 일본의 무분별한 '창지개명(創地改名)'을 통해서다.

일본은 국권침탈 이전인 1895년 한반도의 지도 제작을 위해 측지 사업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이후 국권을 빼앗자마자 조선총독부에 조선임시토지조사국을 설치, 본격적으로 한반도의 측지 및 지도 제작 사업을 벌인다. 일본이 이 같은 짓을 자행한 이유는 자원 수탈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1915년까지 한반도의 지도 제작을 완료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지명은 모두 한자지명으로 바뀌게 된다. 순한글지명도 한자지명으로 바뀌면서 일본식 지명으로 바뀌는 참극도 벌어지게 된다.

3·1운동이 벌어지기 5년 전인 1914년 3월 1일부터는 일본이 우리나라 행정구역을 마구잡이로 개편하면서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일제강점기부터 불과 20년전 까지 오정목(五丁目)으로 불렸던 방아다리 모습.

ⓒ 김태훈기자
당시 행정구역 개편으로 조선시대 목(牧)·부(府)·군(郡)·현(縣)으로 불리던 고을은 현재와 같은 시(市)·군(郡)으로 바뀌었다. 동 단위였던 방(坊)은 정(町)으로 바뀐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현재 성안길인 '본정통'은 주요 시가지였던 셈이다. 본정통은 일본식 발음으로 '혼마치'다.

현 성안길과 이어진 거리들은 '정목(丁目)'으로 불렸는데, 이는 '가(街)'를 뜻하는 일본식 한자어다. 즉, '오정목'은 '본정통'과 인접한 다섯 번째 거리(시가)라는 뜻으로 통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본정1정목', '본정2정목' 등의 지명도 있었지만, 해방 이후인 1947년 각각 '남문로1가', '남문로2가' 등으로 변경됐다.

다만, 이를 두고 '문외리(門外里)', '옹성(甕城)' 등 과거 지명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말로 바꾸기에 급급한 나머지 '남문로'라는 지명이 탄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경우에도 전혀 다른 지명으로 바뀐 사례다.

옥산면은 과거 청주군 서강외이하면(西江外二下面·청주 서쪽 강의 바깥 두 번째 면)이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1914년 행정구역 폐합 당시 서강외이상면·서강내이하면·북강외이면 등 일부가 합쳐지고, 면소재지였던 오산리(烏山里)의 이름을 따 오산면(烏山面)으로 바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길조에 속하는 '까마귀 오(烏)'를 피하기 위해 전혀 상관이 없는 옥산면(玉山面)으로 재수정된다. 옥산면은 이후 100여년이 넘도록 이 같은 지명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증평군 증평읍의 죽리(竹里)는 과거 남하리와 남차리의 중간에 있어 중리(中里)로 불렸지만, 1914년 전혀 관련이 없는 지명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인근 산지가 거북을 닮았다고 해 구산(龜山)동로 불리던 진천군의 구곡리는 '거북 구(龜)'가 아닌 '아홉 구(九)'로 바뀐 현재 지명으로 '창지개명'됐다.

이마저도 한자 표기에 있어 사용하기 편리한 쉬운 한자로 일본이 바꾼 것이다.

도내 한 사학과 교수는 "지명이 일본식으로 표준화된 계기는 지도 제작에 있다"며 "한자 지명이 형성되지 못한 순우리말 지명은 훈(訓)이나 음(音)을 빌어 일본식 한자지명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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