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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충북일보] 텔레비전에서 각종 특집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방영되던 지난해 연말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백상예술대상의 시상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웬만해서는 시상식 같은 프로그램에는 흥미를 갖지 않는데 그날은 무언가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시상식은 서울 강남에 소재한 코엑스에서 신동엽, 배수지, 박보검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마침 최희서라는 여배우가 수상자로 호명되고 있었습니다.

최희서는 그날 영화부문 여자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는데 그녀가 같은 영화로 받게 된 상이 무려 11개라고 소개되더군요. 무슨 이야긴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여우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신인여우상,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 서울어워즈 신인여우상,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올해의영화상 신인여우상 등을 차례로 휩쓸었다는 것이었지요.

그녀는 감격스런 표정으로 무대에 오르더니 눈물부터 펑펑 쏟았습니다. 잠시 후, 북받친 감정을 조금 가다듬은 뒤 마이크로 다가서더니, 오랜 무명 시절을 딛고 약 10년 만에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노라며 소감을 피력하기 시작하더군요. 눈물로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이없게도 필자 또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슬프거나 애틋한 장면을 보게 되면 눈물을 흘리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날의 감동은 좀 달랐습니다.

그녀는 먼저 지하철 안에서 연극 대본을 소리 내어 연습하던 자신을 보고는 명함을 건네며 한번 만나자고 제의한 영화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감독을 향해 남다른 고마움을 나타내더니 그날의 우연한 만남을 '운명의 장난'으로 표현하더군요.

당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킹콩을 들다'라는 영화로 데뷔했는데 별로 드러나 보이는 역할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 후, 9년 간 계속 열심히 연기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질 않자 다시 연극에 출연할 결심을 굳히고는 받아온 대본을 지하철로 이동 중 연습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 모습을 기특하게 여긴 감독의 도움으로 영화 '동주'에 출연하게 되었고, 비로소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자신에게 여러 개의 상을 몰아준 '박열'이라는 영화에도 출연하게 되었는데, 만약 자신이 그날 지하철 안에서 대본 연습을 하지 않았더라면 '동주'나 '박열'에 캐스팅되는 행운은 얻지 못했을 것이기에,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로 아찔하다'고 술회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이 상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다"며 "자신처럼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음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신인 연기자들에게 뜻깊은 격려를 보내더군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처음 듣는 여배우의 수상소감이었지만 정말 뭉클했습니다. 서른의 나이를 넘긴 여배우가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도 기특했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랑스럽게 성장한 것도 기특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워낙에 성공할 가치를 충분히 지닌 훌륭한 배우더군요. 그녀는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라는 주인공의 연인으로 첫 주연을 맡게 되었는데, 주인공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자서전과 평전을 독파했는가 하면,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뛰어난 일본어와 어눌한 한국어를 적절히 구사하며 완벽하고 능청스럽게 연기해 관객들로부터 "일본 배우가 아니냐·"는 질문까지 받았던 모양입니다.

평론가들은 그것을 수년간 독립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쌓아온 우수한 연기력 때문이라고 평했더군요. 하늘은 정말 스스로 돕는 자를 열심히 돕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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