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안광석

충북시인협회장.시인.수필가

올 설 명절에도 여기 저기 떨어져 사는 남동생 셋집 식구들과 아들 식구가 설을 쇠러 이틀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명절과 제사 그리고 한식, 시향 등 4대 봉사를 모시는 종손으로서 이런 시기가 닥치면 아내는 부산해진다.

음식을 장만하는데 도움도 못되는 나도 명절 때가 되면 걱정이 되는데, 40여년을 같이 살아온 아내는 이제는 몸이 아파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올해까지만 한다고 하며 종부로서의 가내 종사 일을 부정하지 않고 음식을 장만 하고 있으니 나는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아마도 현모양처셨던 어머니의 품성과 행실을 본 받았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유별나게 잘하시는 음식이 있었는데 콩국과 감주, 나박김치를 잘 담그셔서 온 집안 식구들이 좋아했다.

어머니가 만드신 감주와 나박김치는 우리 6남매들이 너무나 좋아해서 명절 때나 제사 때는 이것을 많이 해서 우리들을 먹였다.

몇 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후, 그럴싸하게 감주와 나박김치 만드는 것을 물려받은 종부인 아내는 이 음식을 많은 동생들에게 주는 것을 자랑인양, 보람인양 만들고 있다.

이제는 어머니 솜씨를 능가하는 것 같다.

올 설에도 예외가 아니다.

아내는 명절 증후군으로 몸살을 앓는 처지지만, 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때를 맞춰 일주일 전부터 제물 거리를 조금씩 사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집안 식구들이 좋아하는 맛 나는 나박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시기부터 재는데, 동생들이 올 때 김치가 알맛게 익어야 맛이 좋다며 올해는 덜 춥다고 일주일전에 하지 않고 3일전에 나박김치를 정성껏 담갔다 .

감주와 나박김치는 겨울철에 제 맛이 난다.

얼음이 위에 약간 떠있는 시원한 감주 맛과, 청량감과 새큼한 나박김치 맛을 못 잊는 동생들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부친전과 함께 내놓으면 나박김치의 시원한 맛에 방금 부친 전과 함께 몇 그릇씩 해치우면서 하루 종일 찾는다.

그것을 보고 있는 나는 정성으로 해준 아내의 마음보다도 아직도 어머니의 손끝 맛을 잊지 못하는 동생들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아내는 아프다며, 현 세태가 명절 차례라든가 기제사를 간소화 하고 아예 없애는 추세인데, 아들한테는 이런 가정의례를 안 물려준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지켜본 나로서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는 의미는 온 가족이 모여서 조상님을 생각하고 가족 간 우애을 다지는 자리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내 집에서 먹던 나박김치 맛을 못 잊어서 나와 아내를 생각 하리라...

나박김치는 아내의 음식솜씨 보다도, 어머니의 사랑을 맛보고 형제 자매간 우애와 끈끈한 정을 잇는 가교가 아닐 수 없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