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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동시에 우리는 먹고 싶지 않은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은퇴라는 이벤트와 결부해서 생각해 본다면 두 가지 의미일 것이다.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은퇴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의미이고, 이미 은퇴를 한 사람들에게는 은퇴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은 자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이 달갑지 않은 직장인들은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직장에서는 늘 해오던 대로 종무식과 시무식을 하고, 방송에서는 연말 상잔치를 하고, 해맞이를 하며 새해가 되었음을 전하는 풍경에도 이미 무뎌져 있다. '이제 내 나이가 몇 살이 됐으니,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몇 년 후엔 은퇴를 하겠구나' 하는 계산도 굳이 해볼 맘이 없다. 왜 그럴까· 첫째는 나이를 먹었어도 몸과 마음은 아직 젊기 때문이고, 둘째는 점차 다가오는 은퇴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가 달갑지 않은 이유는 은퇴를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를 생각하면 즐거운 생각 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가구 중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에서 '노후를 위한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가구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2018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은퇴준비상황을 묻는 질문에 약 54%가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답을 했다.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고 산다고 해도 은퇴와 노후는 다가온다. 해 마다 연초에는 우리 집 노후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점검해보기로 하자. 다른 때는 먹고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생각할 여유가 없다손 치더라도, 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1월에는 꼭 시간을 내보자.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만 미룰 것이 아니라, 부부가 마주 앉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노후 30년을 살아갈 준비를 위해 한 달 정도 고민에 빠져보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예전처럼 평균수명이 길지 않은 시대에는 은퇴 후 노후생활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노후준비, 은퇴준비라는 말이 흔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60세에 은퇴를 하고도 3,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다. 요즘 50대 아주머니들의 찜질방 토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남편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가 된 이유다.

2018년 12월 발표한 통계청의 '2017년 생명표'를 보면 지금 60세인 남자는 앞으로 22.8년을, 여자는 27.4년을 더 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고, 이 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들도 절반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상되는 생존가능년수를 '기대여명'이라고 하는데, 매년 0.3세씩 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10년 후에는 지금 보다 세 살 정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 50세인 사람들이 60세가 되면 남자는 평균 85세, 여자는 평균 90세를 넘겨 살 게 된다는 얘기다.

이 시대 사람들의 부모부양의식은 어떠한가·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8'의 조사결과를 보면, 전국의 만 13세 이상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모님의 노후는 주로 누가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가족이 해야 한다'는 응답은 26.7%에 그쳤다고 한다. 이 수치는 불과 2년 전의 30.8%에 비해서 4%p 이상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고, 10년 전인 2008년에 비해서는 무려 14%p가 낮아진 수치다.

필자는 노후준비와 관련된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 강의 현장에서 수강생들에게 이 통계를 보여주며 질문해본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30%도 안됩니다. 그럼 나머지 70%의 사람들은 부모의 노후를 누구에게 미룰까요· 이때 어디서나 한결같이 나오는 수강생들의 대답은 의외다. "요양원이요"라는 자신없는 목소리의 대답. 다시 또 질문해본다. 그럼, 요양원은 아무나 공짜로도 갈 수 있는 건가요· 더 이상 대답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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