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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사라진 농촌' 최저임금의 역습

사람 없고 일당은 오르고 한숨
농가 수 적어 품앗이 언감생심
고령·소규모농가 '직격탄'

  • 웹출고시간2019.01.10 21:57:57
  • 최종수정2019.01.10 21:57:57
[충북일보] "일꾼을 어떻게 얻어서 고추를 수확할 지 벌써 걱정입니다."

도내 중부권의 한 시설하우스 고추농가 농장주 이모(66·여)씨는 10일 올해 농사에 사용될 고추씨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날 고추씨를 물(水)에 담가 하루 정도 불린 뒤 모판흙에 심는다. 보름 정도 후에는 뭉쳐 자란 고추모를 한 포기씩 떼어내 포트에 옮겨 심는다.

포트로 옮긴 고추모는 온도관리·물관리를 통해 성인 팔뚝만한 크기로 키운 뒤 4월 중순 밭에 아주심기(정식· 定植)한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며 기대감으로 들떠있어야 하지만 도내 농민들은 한숨만 깊어진다.

이씨는 "고추모를 아주심기 하는 날부터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품앗이를 할 이웃 농민은 없고, 용역을 얻으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 농사철 전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품앗이를 하려 해도 마을 농민들의 수가 적어 쉽지 않고, 외부에서 사람을 얻으려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따른다.

이씨 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농가는 6가구다. 한 가구당 시설하우스 5~10동 규모로 실 면적은 6천600㎡(2천 평) 안팎이다. 고추모는 1만 포기 정도를 심는다.

6가구의 고추모 아주심기하는 날짜를 겹치지 않게 정하고, 각 농가에 모여 품앗이를 한다. 품앗이를 하지 않으면 하루 안에 일을 마칠 수 없다.

아주심기 이후부터 수확철 전까지 각 농가는 '혼자만의 전쟁'에 돌입한다.

밭고랑의 풀을 뽑고, 고추모의 곁순을 따는 일이 수 개월 간 이어지지만 각자의 농사일이 바빠 품앗이는 엄두도 낼 수가 없다.

농민들로서는 '비교적 쉬운 농사일'로 여기는 김메기와 곁순따기를 위해 일손을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격적인 수확철은 더 문제다. 수확철에는 매일매일 일손이 달린다. 농장주 혼자 또는 부부가 해결할 수 있는 작업량이 아니다.

올해는 '품값'마저 올랐다. 지난해 타지 마을의 일손을 개별적으로 구한 뒤 하루 지급하는 일당은 7만 원 이었다.

지역 농민과 용역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올해 고추농사 일을 돕는 일당은 8만 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다. 올해 최저시급은 지난해보다 10.9% 오른 8천350원이다.

일당은 일을 마친 오후 지급하는 게 불문율이다. 살림이 빠듯한 고령·소규모농가는 더 힘든 게 현실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영농철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농가로서는 일당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당 8만 원'은 직업소개소 등을 통하지 않고 자력으로 사람을 구한 경우 통용되는 금액이다.

직업소개소 등을 통하면 일당은 남자 12만 원, 여자 10만 원으로 훌쩍 뛴다. 지난해와 올해 동일한 금액이다.

농민들은 이웃 마을에서 일손을 구하려 애를 쓰지만 각 마을마다 일꾼 부족 상황은 똑같다. 8만 원으로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은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10만 원 이상을 지불하고 용역을 구할 수밖에 없다.

용역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직업소개소를 찾는 구직자들이 농사일처럼 고되고 힘든 일은 꺼리기 때문이다.

농민 박모(73·여)씨는 "농사일이 힘든만큼 일당이 오르는 것은 맞다"면서도 "농산물 값은 제자리 걸음인데 일손은 부족하고 품값만 오르니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용역사무실을 찾아가 일꾼을 구하려 했지만 '농가에 가려는 일꾼은 없다'는 답변을 듣고 허탕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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