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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몸이 맘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한해 무탈하게 잘 보냈다고 자축하는 나를 시샘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겸손하지 못한 오만함을 탓하는 건지. 기해년을 맞이하기 이틀 전. 방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머리는 금방 부어오르고 허리 통증도 무척이나 심했다. 혹시나 머리에 출혈이라도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말 다행이다. 그 순간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새해 첫날. 붉은 기운을 가득 품은 해를 맞이하러 엉거주춤하며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 나 홀로 조용히 새해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다. 어쩌면 불편한 걸음걸이를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으리라. 상당산성으로 향하는 길. 도로가에는 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시계는 일출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산성에서 바라볼 일출은 뒤로하고, 급한 마음에 도로변 일행들 속에 자리를 잡았다.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던 기해년 첫 해는 삼십 여분이 지나도 나올 기미(幾微)가 보이질 않았다. 꽁꽁 얼어오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엔, 새해 일출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흰 구름들이 도열하고 있는 듯했다. 죽 늘어선 구름을 따라가 보니 새초롬한 친구의 모습인 양. 가냘픈 하얀 달이 바쁜 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것을 슬퍼하는 걸까? 뒤 돌아보지 않고 총총히 제 길을 갈 뿐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언제나 해는 떠오르는데. 새해 첫날 일출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힘차게 떠오르는 일출에 환호하는 사람들. 그 무리 속에서 가족의 무탈함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했건만. 일출의 광경보다는 온종일 그믐달의 모습이 머리에 맴돈다. 사람들이 잠든 이른 시간에 조용히 왔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는 그믐달. 어쩌면 우리 사회는 그믐달과 같은 사람들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떠오르는 새해의 일출 같은 화려함만을 갈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요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 최상류 층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과연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였을까?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과 부유함 속에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 그곳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나지 않는다. 돈과 권력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들. 대리 만족일까? 아니면 그러한 사람들이 망가져 가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는 걸까? 그곳 스카이캐슬의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부모의 잣대로 살아 움직인다. 자신의 꿈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부모가 의도한 방향으로. 언제부터 일까? 자신의 꿈을 향한 끼를 발산하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도 유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정당한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다양한 땀방울을 담은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 대중의 관심과 집중을 받는 직업도 좋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 걷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람향기 피우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현장을 담아낸 모습을.

사람들의 환호 속에 화려하게 떠오르는 찬란한 일출보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떠올라 소리 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사라지는 그믐달을 닮은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의 눈길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야지. 올 한 해 기해년은 따스한 마음을 나누며, 먼저 손 내밀고 함께 손잡고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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