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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2.04 11:49:21
  • 최종수정2018.12.04 11:49:21
[충북일보] "국장님 저 임신했어요."

얼마 전 A기자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다. A기자는 임신사실을 왜 얘기했을까.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성적(性的)인 문제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관리자와 직원이 육아휴직을 놓고 서로에게 어려움을 교감하는 내용이다.

육아휴직과 비정규직

직원 30~40명 정도의 지역 언론사. 과거에는 여기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자가 남기자 숫자를 초월한 회사도 적지 않다.

취재·편집 업무를 담당하는 편집국. 지금은 남녀 기자의 업역이 사라졌지만, 과거 여기자들은 주로 문화·여성 관련 취재나 편집부에서 내근을 했다.

편집은 주로 오후 1시에 출근해 밤 9시쯤 퇴근을 한다. 아이를 둔 워킹맘(맞벌이)은 오전 시간 육아를 하고 친정 또는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한다.

아침 시간 남편을 출근시키고 집안일을 정리한 뒤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면 전담육아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 측이다. 예를 들어 편집부 정원이 6~7명인 회사에서 1~2명의 여직원이 1년짜리 육아휴직을 신청한다면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그런데 1년 짜리 비정규직은 눈을 씻고 찾아도 나타나지 않는다.

외근기자를 내근으로 투입할 수 있지만, 취재·편집의 경우 어느 정도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특성상 최소 3개월 이상의 업무 시뮬레이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언론사 사장이나 편집국장 등은 소속 근로자 정원(티오)을 관리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대기업과 공무원 사회의 경우 안정적인 경영 또는 재원을 바탕으로 1~3교대 방식을 도입하거나, 공무원의 경우 순환 또는 탄력근무제를 적용할 수 있지만, 30~50명 정도의 소기업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어 그래, 몇 주나 됐어?" "7주예요" "그럼 언제 육아휴직은 언제로 생각해?"

임신한 여직원의 육아휴직 날짜가 정해지면 관리자는 머리가 매우 어지럽다. 말만 앞세우는 사람은 회사가 적어도 20% 안팎의 여유인력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탁상(卓上) 논리'다.

가령 30명 조직에서 20%인 6명의 여유인력을 보유한다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가 활황세라서 잉여이익금이 발생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지만, '월급 주고 되돌아서면 또 월급날이 돌아오더라'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여유인력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면 적용하기 힘든 문제다.

경영과 근로는 반목이 아닌 상생의 구조로 맞물려야 한다. 경영만 앞세우면 '악덕업자'다. 노동자의 권리만 고집한다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는 기대할 수 없다.

한 때 글로벌 '톱 10' 국가로 꼽혔던 대한민국의 경제적 토대가 매우 위태롭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노동과 경영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탄력근로제 서둘러야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회가 탄력근로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이라는 노동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기업은 생산시간을 늘릴 수 있다. 생산이 확대되면 근로자도 더 채용할 수 있다. 차별임금제를 통해 기업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다.

물론, 근로자들에게는 불리한 노동조건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고, 주5일 40시간 근무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산성 악화로 기업이 도산한다면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성장이 멈춘 나라, 즉 보편적 복지와 균등한 분배만 강조하는 나라가 100년 이상을 존속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경영과 근로가 안정적인 '수레바퀴'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경제·노동부처의 각성을 촉구한다.

지방의 조그만 신문사 편집국장도 이제 여직원들의 임신여부를 체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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