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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현

충주시 엄정면사무소 주무관

2년 전부터 '10년 일기'를 쓰고 있다. 말 그대로 10년 동안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기장. 첫 쪽이 1월 1일, 마지막 쪽이 12월 31일로 나뉘고 한 면에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네 줄씩 적을 수 있다.

 매일 저녁 잠들기 전 그날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간단히 적는데, 바쁠 때면 주말에 몰아 쓰기도 한다. 빈 공간으로 남겨두면 마치 그 날을 제대로 살지 못한 느낌이다. 기록은 어느덧 내 삶의 일부가 됐다.

 지난 여름 홍보담당관에서 보낸 한 장의 공문은 기록에 대해 새삼 음미하게 됐다.

 읍·면·동사무소에서 보관하고 있을 법한 옛 사진들을 수집한다는 내용으로, 부면장이 서고 후미진 곳에 놓여 있던 앨범 세 권을 보여줬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표지를 닦아내고 앨범을 넘겨봤다.

 빛이 바래 연갈색을 띤 사진 속에는 40년 전 주택가와 붉은 흙길이 나란히 있고, 페인트 붓으로 쓴 봄맞이 대청소 현수막과 엄정국민학교 봉사대라는 푯말을 든 두 아이, 그 뒤로 여남은 명이 싸리비를 들고 어설픈 빗질을 하고, 네댓 살 코흘리개는 양철지붕 밑에서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을 보며 불쑥 든 생각은 40년 전 이 사진 속 주인공들은 지금쯤 초등생 이상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겠다는 것과 엄정면은 이렇게 40년 전에도, 조선시대 해동지도에 표기된 과거에도 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기록팀' 신설은 상당히 진중하고 고무적이다. 지역 내 기관ㆍ단체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끊임없이 연락하며 충주라는 공동체의 값진 유산이 될 크고 작은 자료들을 수집한다.

 근현대 충주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은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긴 사진, 일기, 편지, 책 등 향토자료를 모으고, 향후 이를 공유할 전시회도 계획 중이라 한다.

 왕실의 역대 실록과 같은 중요 문서를 보관하던 사고(史庫)가 고려 말부터 충주에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시의 이런 노력이 마치 대를 이어온 자손의 운명처럼 필연일 수밖에 없다.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난 마흔 두 살이 된다. 마흔두 살이 되는 해에 앞으로의 10년을 담는 일기를 다시 쓸 것이고 내일을 맞지 못하는 날이 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록은, 역사는 비록 과거로 변해가는 오늘의 흔적일 수 있어도 그 수많은 흔적들이 모여 하나의 결이 되고, 결이 모여 아름다운 무늬가 되면서 종국에는 내일의 새로운 무늬를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충주시민들이 저마다 해묵은 사진들과 일기에 담아온 소중한 얘기들을 한 곳에 풀어놓을 날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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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