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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예술인 - 섬유공예 작가 이소라

외국인이 더 반한 '조각보'
취미로 전통 옻칠 배우던 중 모시천에 작품 시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서 직물·침선 부문 입상
美 하와이 박물관 소장 등 해외선 '대가'로 소문

  • 웹출고시간2018.11.22 17:10:27
  • 최종수정2018.11.22 20:07:57

섬유공예 작가 이소라

[충북일보] 조각보는 천이 귀하던 시절, 옷을 짓고 남은 자투리를 모아서 형태와 색을 맞춰가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만든 것이다. 이를 다른 이름으로 규방 문화라고도 했다.

같은 규방 문화지만 궁궐이나 양반가에서는 수를 놓은 작품을 만들었으나 조각보는 주로 서민층에서 제작됐다. 서민들은 한 땀 한 땀 조각을 이어 가족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할 용품을 만들며 그 시간 내내 가족의 무병장수를 기원했을 것이다.

섬유공예 작가 이소라씨는 이름 없는 여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같은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한다. 바느질을 시작한 처음에는 천을 자연 염색하고 조각조각 잘라서 다시 이어 붙이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옛날 이름 없는 여인들의 형편과 마음을 같이하고자 한복집에서 한복을 만들고 난 자투리 천을 모으고, 각 가정의 장롱 속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옛날 한복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고 있다.

조각보와 옻의 만남도 우연한 발견이었다. 취미로 전통 옻칠을 배우고 있던 중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옻칠을 천에 입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천에 옻칠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되지 않아 실패를 수십 차례 거듭한 끝에 모시가 옻칠에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천연 염색으로 얻을 수 있는 색과는 다른 깊이의 색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소라 섬유공예 작품 조각보

부모님이 생전에 여름이면 자주 입으셨던 모시 옷을 뜯어 옻칠을 한 결과 느낌이 전혀 다른 자연색이 나왔다. 옷 한 벌이었지만 옻칠을 하고 보니 옷의 부위, 옻의 농도에 따라 각각 다른 색으로 발색되었다. 아버지의 모시 옷 한 벌이 옻칠을 입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후 한복집에서 모아 온 다양한 색의 모시 천에 생옻 칠을 시도한 결과 천연 염색과는 또 다른 제3의 색이 나왔다. 이 역시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후 모시 천들을 이용해서 쌈솔기법을 이용해 조각보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옻칠은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이므로 자연 친화적이고 햇빛에도 강한 것은 물론이고 내열, 방수, 방부, 항균, 방충, 방습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팔만대장경이 지금까지 보존된 이유 중 하나도 옻칠에 있으며 최근에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위해 스텔스기와 잠수함의 외부에도 옻칠을 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옻칠의 장점을 알게 된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라이터나 만년필, 휴대폰 케이스 등에 옻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7세기 출토 복식에서도 옻칠 갑옷이 발견된 것을 보면 옛날부터 섬유에 옷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소라 섬유공예 작품 조각보

그 동안 제작했던 많은 조각보는 햇빛이나 조명에 노출이 될 경우 색이 바라거나 섬유의 특성상 보관할 때 방충이 어려웠는데 옻칠을 함으로 이 단점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작가는 앞으로 더 많은 시도를 통해 다양한 천에 옻칠이 가능한지, 전통에 가까운 색을 만들고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이같은 작업과 노력으로 올해 열린 제3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직물·침선 부문에 입상했다. 전승공예대전은 12개 분야의 전국 장인들이 참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 대회에서 모시 옻칠 조각보 작품으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한국의 미와 섬세한 예술성을 추구하며 '마음의 기하학'이라 부르는 조각보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한·일 공예특별전, 2012년 프랑스 보졸레 섬유엑스포에 한국을 대표로 참가했으며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인 구혜선, 이상봉씨에게 조각보로 위촉패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하와이 호놀루루박물관에 이소라 작가의 섬유공예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인생(Life)'을 주제로 100여개의 작은 옥사 명주 조각을 엮어 구성한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 문화와 자연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그 유명한 호놀루루박물관이 이 작품을 영구 소장하기로 한 것이다.

바느질은 욕심을 덜어내는 작업이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과정 속에 자기 수행이고 무욕의 경지를 터득하는 것이다. 작은 바늘 귀에 부챗살처럼 분산되었던 초점을 모으려면 생각과 마음의 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유럽 등 외국에서 먼저 알아보면서 그녀를 섬유 공예의 대가라고 부르게 됐다. 20여년 넘는 세월을 오직 한평의 작업장에서 집요하게 시간을 쏟아내어 작품을 완성하므로 충북 섬유공예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그녀는 "이름없는 선조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작품을 만든다"며 "내가 만든 작품이 한국 섬유 공예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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