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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 국장

 독일 루터교회의 목사이자 신학자였던 마르틴 니묄러(1892~1984)는 반공주의자로 처음에는 히틀러를 지지했다가 교회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고 국가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껴 반나치운동을 벌였다. 이로 인해 8년간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1945년 풀려났다. 당시 독일의 성직자 대부분은 나치의 위협에 굴복했다. 일제강점기 일부 교회가 '우상숭배'라는 절대 범해서는 안 되는 계명을 어기며 '신사참배' 행렬에 동참했던 것과 같다. 올 10월 한국교회일천만기도운동본부 주최로 130년 역사 중 가장 불행하고 처참한 사건으로 기억하는 '신사참배'를 회개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회개하는데 8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당시 마르틴 니묄러는 '그들이 처음 왔을 때'라는 시를 통해 시대의 아픔에 방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 줬다. 이 시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회자돼 침묵하는 시민을 광장으로 이끄는 데 큰 일조를 했다.

 독립 운동가들이 가족을 떠나 풍찬노숙하며 타국에서 독립을 위해 노력할 때 누구는 세상과 쉽게 타협하고 안위를 쫓았다. '무정'의 작가로 유명한 이광수는 친일행위를 한 이유를 묻는 말에 '이렇게 빨리 독립이 올지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에게는 일제치하 36년은 일상이지만 독립운동가에게는 절체절명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이 논리는 동일했다. 경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민주화를 이야기한 사람은 투옥되거나 심지어 고문당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반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한 사람은 근대화를 위한 도약의 시기로 기억할 것이다.

 치열했던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많은 진보운동가들이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민주화의 가치가 시민의 삶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척박한 토양에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민주주의는 서서히 싹을 틔웠고, 많은 것이 변했다고 믿고, 그렇게 살았다.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던, 보수진영 정권을 잡던 흔들리지 않는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토대는 갖췄다고 모두 믿었다. 그러나 2016년 우린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처럼 전혀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믿음만큼 배신도 커 결국 시민은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탄핵했고, 현재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수감돼 있지만, 국민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과 더불어 시민단체 출신의 정계진출에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100만 명이 광장에서 촛불을 든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치와 가장 관련 있는 사람들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다.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대안을 마련해 국회를 압박하는 등의 활동과 지방정부와 의회를 견제·감시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개혁을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현재 국회의원 300명(비례대표 47석 포함) 중 법조인 출신은 49명으로 16%에 달하고, 국회의원 300명의 총 재산은 1조1천900억으로 1인당 평균 40억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일반 가구당 평균재산 3억4천만 원과 비교하면 '부자들만의 리그'라고 부를 만하다. 재산보유는 기업인, 교육계, 법조인, 공무원, 언론계, 의약계, 경찰, 군인, 정치인, 시민단체 순으로 시민단체 출신이 가장 가난하다.

 시민단체 다수는 궁핍한 덕에 늘 마른 수건 짜듯 산다. 세상달관 한 듯 훈계조로 몇 마디 던지는 무지야 탓할 수 없지만 재로 삶을 마감하는 연탄처럼 한때나마 누구를 위해 뜨겁게 살아본 적 있냐고 묻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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