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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0.09 21:00:37
  • 최종수정2018.10.09 21:00:37
[충북일보] 사라진 청주 중앙공원 동시비가 다시 만들어진다. 물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청주시는 올해 안에 동시비를 다시 세우기로 했다. 1983년 당시와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제작할 방침이다. 물론 중앙공원 내 세워졌던 그 자리에 세우기로 했다. 청주시는 지난 7월 동시비가 관리 부실로 분실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때부터 당초 동시비를 설계하고 제작한 김수현 조각가를 수소문 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다행히 김 작가는 설계한 도면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다시 만드는 데 큰 문제가 없게 됐다.

중앙공원 동시비는 공원 내 어떤 기념비보다 나은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충북대 교수였던 김 작가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이 꿈을 활짝 펴라'는 의미로 태양 모양으로 조각됐다. 비에 새겨진 동시는 동화 작가 유영선씨가 썼다. 서예가 운곡 김동연씨가 글씨를 써 음각했다. 좌대 높이 1m, 본체 높이 2m 등 3m에 이른다.

청주시가 동시비를 다시 제작해 세우기로 한 건 잘 한 일이다. 하지만 공과 사는 분명해야 한다. 잘잘못을 제대로 따져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청주시는 지금까지도 동시비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사라진 경위조차 모르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공원 관리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없어졌으니 새로 만들어 세우면 된다는 식이다.

청주시의 행정처리가 이렇게 돼선 안 된다. 공직사회가 유지되는 가장 큰 힘은 정확하고 엄격한 신상필벌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청주시가 동시비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스로 해결이 어렵다면 경찰 등에 수사의뢰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도난인지 이전인지 정확하게 가려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래야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그동안 중앙공원에 많은 기념비를 세웠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하지 않았다. 중앙공원 동시비 실종 사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긴 일이다. 청주시의 관리 소홀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각종 기념물 도난이나 실종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번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재발은 불문가지다.

공무원의 책임과 의무는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청주시 공무원이라고 다를 수 없다. 업무상 과실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공원 관리부실 책임은 크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니다. 2013년과 2017년 정비공사에 대한 조사부터 하는 게 순서다. 당시 공사담당자들에 대한 진술도 반드시 필요하다.

부실한 공원 관리도 일종의 업무상과실(業務上過失)이다.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동시비가 사라져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미필적고의(未必的故意)는 아니더라도 과실에 의한 피해는 분명하다. 업무상과실은 업무의 수행 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태만히 해 생기곤 한다. 결과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경우다. 결코 처벌이 가볍지 않다.

청주시는 적어도 동시비 도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중앙공원 동시비 실종은 담당자의 관리 부실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문학비든 동시비든 소홀한 관리로 없어지거나 훼손된다면 시민들의 마음까지 훼손하는 일이다. 중앙공원에서 사라진 동시비 실종도 다르지 않다. 청주시는 지금이라도 빨리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중앙공원 동시비 실종사건은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청주시는 지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책임 없는 구조가 계속돼선 안 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공원관리와 기념비 관리 등에 대한 새로운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

더불어 이 기회에 관내에 세워진 각종 기념비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도 벌여야 한다. 더 이상 기념비 하나 관리 못하는 청주시가 돼선 곤란하다. 잘 만들어진 문학비 하나는 열 건물 부럽지 않다. 시민들의 눈과 배, 마음까지 채워주는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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