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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정책관

'분권'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수용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분권의 시작은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가 각기 다른 체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 다음은 권한과 자율성의 부여다. 권한을 받은 자치단체는 각자의 몸에 맞는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으며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마음에만 드는 옷이어서는 안 된다. 자치단체가 갈아입을 옷은 주민이 빛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분권의 목적이 주민의 삶을 바꾸는 데 있기 때문이다. '분권' 못지않게 주민에 의한 '자치'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9월 자치분권위는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철학을 담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반응은 다소 시큰둥하다. 민선 7기의 자치분권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그 열망은 아마도 지역발전에 대한 간절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또한, 지난 6월 분권형 개헌의 무산도 자치단체의 실망스러운 반응에 한몫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헌 무산이 자칫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 약화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의 종합계획은 획기적인 분권과제를 많이 담고 있다. 또한 자치분권에 대한 자치단체의 열망이 뜨거운 것처럼 정부도 여전히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가지고 있다.

과거의 종합계획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 권한배분에 집중했던 반면, 문재인 정부의 종합계획은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은 주민'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주민자치 강화와 관련된 과제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 주민직접발안제도 도입, 주민투표 청구대상 확대, 주민참여예산제도 적용범위 확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를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 삶의 현장에 깊이 뿌리내린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한, 종합계획은 국가와 지방의 세입구조 및 지방 이전재원 개편 등 강력한 재정분권 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현재 8대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3을 거쳐 6대4로 개편해 지방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국민최저수준(National Minimum) 보장적 복지사업에 대해서는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등 국고보조사업 개편도 포함하고 있다.

종합계획에는 정부의 강력한 자치분권 의지가 수반돼야 실현 가능한 혁신적인 과제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중앙-지방 협력기구 제도화,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자치분권 영향평가 도입, 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 등이 있다.

6월 개헌의 무산으로 자치분권 정책 추진의 가속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버스를 놓쳤다고 해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종합계획 과제 실행을 위해 20여 개의 자치분권 관계법령 제·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대국민 공감대가 크고, 이견이 적은 과제는 올해 안에 제·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500여 개의 국가사무를 자치단체에 이관하는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은 이미 법제처 심사 중이다.

계획 수립보다 이행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분권과제 중 상당수가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과거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고 확실히 제도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자치분권 관계법령 제·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자치분권위도 종합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도별 이행계획 수립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자치분권은 쉽지 않은 길이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 시·도와 시·군·구 간의 권한배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쪽은 권한을 내려놓아야 하고 다른 한쪽은 권한을 받는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어느 쪽이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치분권은 가야 할 길이다. 획일화된 지방자치로는 더 이상 주민을 빛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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