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8.10.03 18:02:11
  • 최종수정2018.10.03 18:02:11

박현순

충북도여성정책관

 담장 안에서 야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담장 밖에서는 야구를 보기 위해 세 사람이 서 있다. 담장 높이는 160㎝. 키 170㎝로 셋 중 제일 큰 한 남자는 야구 경기를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을 느끼지 않는다. 셋 중 하나인 여자는 키가 160㎝. 까치발을 해야만 경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까치발을 하고 있기에는 힘이 부치다. 나머지 한 사람은 초등학생 여자 아이로 키가 150㎝로 담장 넘어 야구 경기 관람은 도무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의 야구 경기 관람 편의를 위해 10㎝ 높이의 발판 한 개씩을 똑같이 나눠줬다.

 하지만 남자는 발판이 있건 없건 별반 불편을 못 느낀다. 여자는 발판이 주어지니 까치발을 할 필요가 없어서 한결 좋아졌다. 초등학생 여자 아이는 발판이 소용없다. 발판을 밟고 올라선들 키가 모자라 담장 안 야구경기를 볼 수 없어서다.

 이번에는 발판 제공방법을 달리했다. 남자 발판을 회수해 대신 초등학생 여자에게 발판을 하나 더 얹어줬다. 그랬더니 누구나 편하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었다.

 바로 다른 조건에서 다르게 대우했더니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 그러니까 정의롭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성별에 따른 사회문화적·경제적·신체적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성 평등이다. 기회의 평등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이고, 비례적 평등은 불평등한 사회조건에서 여성에게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실질적 평등을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며, 수량적 평등은 결과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정책의 중점을 어디에 둬야하는가의 문제는 여러 가지 논의가 뒤따른다.

 성 평등 현황은 국제비교를 보면 잘 드러난다. 2018년 한국의 성불평등지수는 189개국 중 10위(2010년 20위/138개국), 성 격차지수는 144개국 중 118위(2010년 104위/134개국), 여성의 정치참여율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는 51명으로 당선자의 17%였고, 2018년 지방의원 선거에서 전국 여성 당선자는 1천60명으로 28.3%였고 충북도 여성당선자는 32명으로 18.1%였다. 여전히 정치참여율은 유엔권고 비율인 30%에 못 미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도 53.3%로 남성은 73.9%보다 20%정도 낮았으며, 성별 소득격차도 남성이 1이라면 여성은 0.65의 수준이었다. 이전의 지표에 비하면 일정분야에서 조금씩 개선돼 가고 있다.

 성 평등 정책은 단지 여성의 지위를 신장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인간으로서 존엄을 누리고, 권리·책임·의무를 공평하게 나누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성 인지적 관점이란 게 있다. 여성과 남성이 자신들이 지닌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경험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특정 개념이나 정책 및 실천 등이 특정한 성에 유·불리하지 않은지, 성역할 고정관념이 개입돼 있는지 아닌지를 검토하는 관점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 인지적 관점이 법률과 조례, 국·도정 주요 시책에 잘 녹아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성인지 정책이 맡는다. 성인지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 그리고 성인지 통계가 주요 활용수단이다.

 이 중 성별영향평가는 각종 법·조례는 물론 국·도정 시책이나 예산이 투입되기 전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해 성차별적 요소를 사전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보통 법이나 조례 신설·개정 시에는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규정돼 있고, 주요 정책이나 사업은 계획 입안 전 이 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충북도만 해도 한 해 130여 건 정도 실시한다.

 성별영향평가는 단순히 평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법이나 조례, 주요정책은 예산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산 편성 전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예산 편성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재정 관련 법령 등에 제도화 하고 있다. 바로 성인지 예산이다. 성인지 통계는 해마다 발표한다.

 성인지 정책은 본격 시행된 지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아 제도와 정책을 고쳐나가는 데 적잖은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성인지 정책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우리 의식 속에 잔재하는 편향된 낡은 의식을 벗어나 '평등을 일상'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평등을 일상으로, 더 희망 있고 행복한 충북을 위하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