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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보은군 속리산면 삼가리에 '멍어목'이라는 자연 지명이 있다. 글자 그대로 '멍어'는 '멍에'에서 온 말이고 '멍에'는 지형에서 '목'의 의미를 지닌 것이며 '목'의 의미와 중첩되어 쓰인 것으로 추측해 본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멍에미'라는 지명은 산줄기를 잇는 잘록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 지명으로서 유연성이 매우 높아지고 마소의 멍에도 목에 지는 것이기에 멍에와 목이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멍어목'이라는 하나의 지명을 가지고 '멍에'와 '목'을 연관지은 것은 지나친 추리라고 생각된다. 그냥 단순하게 '멍에'의 의미로 보는 것이 어쩌면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여러 지역에 전해지는 '멍어-'계의 자연 지명들이 대부분 멍에와 연관짓고 있고 또한 '멍에'의 어원을 살펴보면 '멍에'의 원래 의미가 지형적 특성을 나타내는 지명과의 유연성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우선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가산리의 멍에미는 마을 뒷산의 지형이 멍에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며 '머미'라 변이되어 불리다가 한자로 가산(駕山)이라 기록되었다. 괴산군 청천면 관평리의 멍에골은 소 멍에(소의 목 뒤에 걸쳐서 쟁기를 끌거나 수레를 끌 때 사용하는 기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며, 단양군 단성면 벌천리의 모녀재라는 고개도 '멍어티→ 머너티→모녀티'의 변이과정으로 유추하여 볼 때 멍어티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밖에도 전국의 지명에서 찾아보면 강원도 안변군 삼성리의 멍어지골, 강원도 창도군 신성리 멍어소산,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도천리의 멍어리바우, 경남 사천시 동서동에 있는 신수도라는 섬의 멍에치,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加南面) 금곡리의 멍에미 등이 있다.

옛날에 만들어진 돌다리에는 반드시 멍에석이라는 돌이 교각을 연결시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서울의 살곶이다리는 행당동 한양대 뒤편에서 뚝섬(성수동) 사이에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조선 성종 14년(1848년)에 완공되었으며 세종2년(1402년) 상왕인 태종의 명으로 공사를 시작하여 성종 대에 완공되었다. 돌로 된 교각 4개를 일정 간격으로 세우고 그 위에 상판석을 깔았으며 교각과 상판 사이에는 멍에석과 귀틀석을 놓아 흐르는 물에 잠겨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독특한 조형미를 표현하였다.

옛날에 청주의 남쪽 관문이 되는 대표적인 다리의 이름이 남석교였다. 1920년대 일제가 이 일대 물줄기를 메워 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매몰함으로써 지금은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시장 인근 지하에 100년 가까이 묻혀 있다.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귀중한 문화유산이지만 햇빛을 보지 못하다 보니 문화재로도 등록되지 못하였다. 현재 육거리 시장 인근의 아스팔트 노면 바로 밑에 묻혀 있으며 하수구 맨홀로 들어가면 남석교의 일부 멍에석, 장귀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복원은 어렵더라도 일부의 모습만이라도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면 청주의 문화유산의 발굴 보존과 함께 육거리 시장과 연계하여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국어 사전에 보면 멍에란 마소의 목에 얹어 수레나 쟁기를 끌게 하는 '∧' 모양의 막대라 풀이되어 있으며 학계에서도 멍에는 ㅅ자로 구부러진 모양으로서 '굽다[曲]'가 그 어원으로 보고 있다. 즉 '굽다'에서 '구부러지다, 굽이'등이 파생되고 음절 도치에 의하여 '불거지다, 보그, 버게'가 파생되었으며 '보그'는 'ㅂ탈락'으로 '오그리다. 오그러지다'로 변이되고 '버게'는 '버게→머게→멍게→멍에'로 변이되었다. '그 변이 과정에 있는 '멍게'가 경상북도의 방언에 남아서 '멍에'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그 근거로 들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멍에'가 '∧' 모양으로 굽은 것을 나타내기에 지명에서 산이나 고개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많이 쓰인 것으로 짐작이 된다.

돌다리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멍에석은 '∧' 모양의 돌이라는 의미도 되겠지만, 두 교각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다리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멍에'의 비유적 의미인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얽매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의미로 교각을 서로 움직이지 않도록 얽매는 의미에서 멍에석이라 했다면 지명에서의 '멍에'보다 후대에 만들어진 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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