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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9.18 19:37:39
  • 최종수정2018.09.18 19:37:39

김경숙

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며칠 전, 인문학 페스티벌을 알리는 개막식이 있었다. 봄부터 준비한 보따리를 펼쳐놓는 연출가의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작가를 섭외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결과물을 내놓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뭉게구름이 둥둥 떠 놀던 가을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심술을 부렸다. 어린 시절 소풍 가기 전날 잠자기 전에 "내일은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던 의식을 정성스레 했건만. 열심히 준비한 행사를 시샘이라도 하듯 비가 흩뿌렸다.

우리는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날 때가 있다. 기대하지 않은 일이 뜻 밖에 엄청난 행운을 가져올 수도 있고, 심사숙고하여 정성을 다한 일들이 의외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일이 추진되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더없이 기쁘고 보람되겠지만. 삶이, 어찌 우리가 뜻한 것처럼만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세상엔 슬픔도 고통도 존재하진 않았겠지·

풍성한 한가위를 앞두고 농부의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무슨 일인지 인터넷 검색을 하는데, 한없이 깊은 시름과 절망에 빠진 농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폭염으로 열병을 앓은 사과가 갑작스러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썩어가며 뒹굴고 있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빨간 사과마저 쩍쩍 갈라져있다. 이른 봄부터 정성 들여 가꿔 온 땀방울의 대가는 너무도 가혹한 고통을 남겨 놓았다. 농부는 깊은 한숨만 내뿜는다. 정성껏 가꾸고 애지중지 키워 온 자식과도 같은 사과나무에서 튼실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기름진 토양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상품가치가 높은 수확물을 얻기가 힘든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문화 불모지인 오송에서 "도서관, 인문학의 꽃 피우다"라는 주제로 인문학 페스티벌의 막을 올린 담당 주무관이 진정한 개척자라는 생각이다. 웃음을 잃지 않고 동료를 격려하며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하는 담당자의 모습은 "아름다움"이었다.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모습. 자신의 공(功)을 내세우기보다는 동료를 칭찬하는 마음. 행사를 지휘하고 통솔하는 추진력이 돋보인, 체구는 작지만 당당하고 멋진 연출자이었다. 그러한 연출자의 마음은 개막식 무대에서도 웃음꽃을 피워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오락가락하여도 야외 행사장에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도 피어났다. 체험부스마다 자원봉사자들의 넉넉한 웃음. 허수아비와 사진 한 컷 찍는 아이의 호기심 어린 모습.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솜사탕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바람 가득한 풍선을 타고 있는 듯 신이 나있다. 자신이 계획한 대로 "인문학 페스티벌"이라는 무대에 풀어놓는 직원의 모습을 보며, "인생"이라는 무대에 올려진 "나"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담아내며 갈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며, 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오송"은 신라 말 학자 최치원이 난세에 절망하고 각처를 유람하다가 머물러 후학을 가르친 곳이기도 하다. 오행설에 심취한 그가 다섯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하여 "오송"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시작은 조금 서툴고 미약하지만 우리나라 바이오 메카로 자리매김한 "오송"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인문학의 꽃을 피웠다. 그 꽃이 무럭무럭 잘 자라서 마음의 양식이 되는 좋은 열매를 맺고 대대손손 꽃 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문학 페스티벌"이 책과 함께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는 밑거름이 되고. 참여한 시민들이 책을 통하여 상상력을 키워나가고. 그 상상력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도록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열정을 지닌 공직자. 그것이 공직자로서 느끼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내가 꽃피울 시민들의 환한 웃음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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