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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친구들과 고무줄넘기만 하면 짖궂은 남자 아이들이 고무줄을 끊곤 하였다. 어느 날 그날도 유독 해찰궂은 사내아이가 고무줄을 끊은 후 도무지 내놓지를 않았다. 그것을 되찾기 위하여 남자 애랑 심한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는 와중에 그 아이가 나를 밀쳐서 넘어져 팔을 다쳤다. 교무실에 끌려간 그 애는 자신의 잘못을 나에게 몽땅 뒤집어 씌웠다. 사정을 모르는 선생님은 오히려 팔을 다친 내가 남자 아이를 때렸다며 혼을 내켰다.

집으로 돌아온 후 분을 삭이지 못하여 어머니 앞에서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닌,

" 주먹을 함부로 불끈 쥐지 말아라. 아무리 여자라도 주먹을 힘껏 쥘 때는 네 자존심이 몹시 망가졌을 때와 어떤 중대한 일을 결심할 때만 쥐어라." 하였다. 어렸을 땐 그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 어른이 된 후 비로소 어머니의 말씀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사람이 가장 분노할 때는 자신의 자존심을 몹시 짓밟힐 때다. 세상을 살면서 본의 아니게 타인에 의하여 자존심을 짓밟힌 적이 어찌 없으랴. 그러나 그 때는 함부로 주먹을 불끈 쥐지 않았다. 진실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이다. 진실은 걸음은 느리지만 머잖아 그 실체를 꼭 드러내잖은가. 이 나이에 이르도록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적이 딱 한번 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빈손이 되었을 때 나는 이를 앙다물고 힘껏 두 주먹을 쥐었다.

" 열심히 노력하여 지금의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고 말 것이다." 라는 각오를 할 때였다. 인간의 주먹은 손의 다섯 손가락을 힘껏 손바닥 안으로 접을 때 나타나는 현상 아니던가. 그런 인체의 행위가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주먹이 운다'는 분한 일,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쓰이기도 하나 정의 앞에서도 쓰이는 말이다. '주먹을 불끈 쥐다'는 감정의 발로에 의한 행동으로써 각오나 결의를 굳게 나타낼 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먹은 때론 부정적인 의미도 지녔다. '주먹을 휘두르다' 는 폭력을 의미하잖은가. '주먹께나 쓴다' 는 힘을 상징하고 '빈주먹'이란 말은 가진 게 없는 것을 뜻한다.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평소 주먹을 쥐는 일에 항상 신중을 기하라고 하였다. 즉 마음자락을 제대로 간수하라는 말씀이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 신문 기사를 읽고 콧날이 시큰했다. 40대 아들이 칠순에 가까운 노모에게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렀으나 어머닌 자신에게 폭행을 가한 아들을 법정에서조차 그 죄를 감쌌다고 한다.

이렇듯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패륜을 저질러도 그 죄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한테 주먹을 휘두른 그는 어머니 옷을 자신의 점퍼 옆에 널었다는 사소한 일로 폭행하고, 낮잠 잘 때 깨워 달라고 부탁해놓고 그 시간에 자신을 깨웠다고 어머니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자신을 태중에 열 달 동안 품었다가 낳아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뼈를 굵힌 자신의 어머니를 어찌 감히 주먹으로 때릴 수 있단 말인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자식이련만 어머닌 그런 자식을 자신의 강한 모성으로 감싸고야 말았다.

누구보다 노모를 보호하고 보살펴 드려야 할 사람이 자식 아니던가. 그런 자식이 어머니를 폭행 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하늘보기 두렵다. 효는 백가지 행동의 근본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하여도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은 불변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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