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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전 충북도의회 사무처장

 우리들은 늘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성공하고 싶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늘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살면서 흔히들 배고파 죽고, 배불러 죽고, 이래서 죽고 저래서 죽고, 죽는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살지만, 정작 죽음 앞에서는 너무도 작고 초라한 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애써 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살면서 많은 죽음과 접하고 있다. 지진 때문에, 테러 때문에, 쿠데타 때문에, 이유도 모르는 채 죽어가는 억울한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주변만 해도 오랜 지병이나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내가 죽음을 가까이서 접한 것은 몇 년 전 아버지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 지셔서 거동이 어려워지고 부터다. 연세가 89세일 때이니 그래도 오랫동안 건강을 지켜 오신 것이다. 병석에 누워있으시면서 생긴 우울증은 자연스럽게 치매로 이어졌고 가끔은 엉뚱한 소리를 하셔서 가족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형이 모시고 있었으니, 나야 1주일에 한 번씩 간식거리나 사들고 다녀오면 자식 된 도리를 다 하는 듯싶었다. 그러다 건강이 더 나빠지면서 오십여년을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집을 떠나 노인요양원으로 가셨다. 그 때부터 아버지는 죽음보다 더 힘겨운 외로움과 불안에 시달리셨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자다말다를 반복해야 하니 그 고통이 오죽하겠는가. 아무런 희망도 즐거움도 없이 가족들을 그리며 목숨을 연명하는 시간이었다. 잠깐 정신이 맑게 돌아오시면 "내가 살면서 잘못한 게 너무 많구나. 이제 그 죄를 갚을 길이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하시면서 그 동안 살아 온 삶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셨다. 따지고 보면 세상 누구인들 죄짓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당신은 유독 본인만 그런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아버지를 뵙고 노인요양원을 나설 때면 왜 그리 마음이 무거운지 자꾸만 눈물이 나곤 했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나 또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를 고민했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죽어간다는 것인데, 죽어가는 과정 또한 엄연히 삶의 일부분일진데, 그 삶의 끝자락을 아름답게 가꿀 수는 없는 걸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며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과 작별할 수는 없는 걸까? 좋은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만 갖고, 한 점 부끄러움도 아쉬움도 없이 영면을 맞이하기엔 나도 이미 지은 죄가 너무도 많은 걸까? 과연 인간답고 행복하게 죽을 수는 없는 걸까. 가을바람이 스산하니 아버님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아버님께서는 돌아가시면서 가족들에게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 힘겨워 하셨는데, 나는 지금 살아생전 아버님께 잘못한 게 너무 많아 힘겹기만 하다. 아버님 살아계실 때 꼭 해드리고 싶었던 말 이제야 한다. "아버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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