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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말 몇 마디 나눠보면 상대방의 사상, 철학, 교양 정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만 뜨면 말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으나 타인에 대한 칭찬 및 위로 말은 듣기 어렵다. 특히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가짜 뉴스, 흑색선전, 음해, 모함 등의 난무는 귀를 씻고 싶을 정도다. 어디 이뿐인가. 인터넷의 무분별한 악성 댓글 또한 그 폐해가 실로 커서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달변가의 말보다 진정성 있는 진실한 언어가 그립다. 더욱 절실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말이다. 말은 발설할 때 조리에 닿게 잘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상대에게 비수가 되지 않도록 가려서 해야 할 것이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수십 년 정을 무너뜨리고, 상대를 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어느 지인의 경우 상대방이 건네 온 말 한마디로 말미암아 심한 모멸감과 상처를 입었다며 하소연 해온다. 그녀의 말인즉, 지난날 타인에게 받은 성적 수치심이 좀체 가시지 않아 요즘도 가슴에 돌덩어리를 얹어놓은 느낌이란다.

지인이 속한 모임 여행길에서 일이라고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가 휴게소에 들렸을 때 모임의 임원인 여인이 손짓하여 지인을 부르더란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갔더니 남성 회원들과 여성 회원들 몇몇이 있는 자리서 그녀는 대뜸, "어머! 젖가슴 유두가 도드라져 섹시해요." 라고 지인에게 말하더란다. 그 말에 지인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통하여 자신의 앞가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유두가 돌출 된 게 아니라 속옷이 오래돼 브라자 컵 봉제선이 뭉친 게 마침 입고 있던 얇은 티셔츠 밖으로 비쳐 흡사 유두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기능을 잃은 헌 속옷을 입은 게 자신의 불찰이지만 여인의 말은 곱씹을수록 괘씸하다고 하였다. 정히 자신의 모습이 남 보기에 민망스러웠으면 조용히 불러 그 내용을 말해줬더라면 여러 사람 있는 데서 성적 수치심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지인은 그 일이 큰 상처가 되어 모임에서 여인을 대할 때마다 아직도 기분이 몹시 언짢다고 하였다.

평소 지인은 모임의 임원인 그 여인에 대하여 호감을 지녔던 터라 그날 일로 인하여 상처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언행의 실수는 저지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성적수치심을 안겨주는 말은 같은 여자끼리라도 삼가 해야 하지 않을까.

성희롱, 성폭력 등은 꼭 남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성끼리라도 사람이 여럿 있는 곳에서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지적하며 상대방에게 심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켰다면 그 또한 성희롱이라는 생각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면의 성숙이다. 이 때 언행도 기품 있게 행할 때 지성과 교양미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앉았다 하면 남의 흠집을 꼬집는데 골몰한 이도 있다. 말 한마디라도 남의 자존심을 짓밟고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사람, 이런 이에겐 누가 곁을 주겠는가.

그러나 말 한마디라도 예의를 갖춰 존대어를 쓰고 긍정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인다.
말씨는 곧 맘씨이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말을 할 때 자신도 아름답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면 자신도 남에게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은 세상 이치 아니던가. 말 한마디라도 가시 돋게 하여 타인에게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생채기를 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언젠가는 자신이 행한 언어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한마디의 말 속에도 발설하는 이의 격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언행이야말로 인격의 그릇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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