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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순

산들교회 전담목사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에 직면한다. 소소한 일상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좀 더 중요한 선택의 문제로는 어느 학교로 진학할 것인가·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 또한, 사회에 나아가면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공무원이나 회사원 자영업을 막론하고 각기 그 선택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나아가 '인륜대사(人倫大事)'라고 일컬어지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하고 있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희비(喜悲)가 엇갈리게 되고, 선택에 따라 만족감의 정도도 달라진다. 정말로 이 길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만족해하기도 하고, 그때 좀 더 진지하게 고민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주변에 진심어린 애정으로 상담해주는 멘토(Mentor)가 내게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전혀 후회하지 않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대가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경우도 있다. 필자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도달한 결론이 '생존(survival)'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취득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와 '삶의 질(amenity)'을 위해 지불하는 대가의 선택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빈국일수록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衣食住)의 경우 매우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어린아이들을 단지 먹는 입 하나를 줄이기 위해 학교도 보내지 않고 잘 사는 집에 가정부로 들여보내거나 대학생들이 숙식만을 제공받으며 가정교사를 하는 일이 많았다. 즉,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 제공되는 노동력에 비해 너무 값싼 임금을 받았다. 오죽하면 '가족(家族)'이라는 말보다 '식구(食口)'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었겠는가· 결혼을 해도 아이가 태어나도 '먹는 입[食口]'이 늘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배고픔의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는 기호식품이나 사치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가난한 시절에는 관심도 끌지 못했던 '재화(goods)'나 '서비스(service)'가 생명유지에 필요한 음식물보다 더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되는 상품이 되었다. 바로 '가치의 역설'이다. 예를 들면 '물'과 '다이아몬드'의 관계이다.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광석(鑛石)의 일종인 다이아몬드는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경제학에서는 이 현상을 '한계효용(限界效用)' 이론으로 설명한다. 즉, 물 한 단위를 추가로 사용할 때 얻어지는 만족감이 다이아몬드를 한 단위 추가로 사용할 때 얻어지는 만족감보다 더 적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적일 때의 이야기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이다. 열사의 사막 한 가운데서 타는 목마름[渴症]을 느끼는 이에게는 아무리 비싼 다이아몬드라 하더라도 아무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생사가 오가는 길목에서는 물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만족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한계효용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사회는 '얼짱', '몸짱', '좋은 집', '좋은 차' 등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정작 중요한 인간다운 삶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가시적(可視的)인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데도 말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核心價値)를 상실한 채 살고 있는 세태(世態)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본말이 전도(轉倒)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가꾸어주는 것이 무엇인가· 를 깨닫는 일이지 않나 싶다.

마6:25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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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