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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

전 보은문학회장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옛집은 방문을 열면 텃밭에 토마토, 오이, 가지 등의 풍성한 채소가 보이고, 멀리는 산이 보이며 산꼭대기에 폐허가 된 성곽이 보이는 곳으로 봄철에는 진달래꽃이 피어 성 주변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집 앞에는 작은 내가 흐르고, 속리산을 향하는 신작로가 있는데 신작로를 건너면 폐허된 성, 삼년산성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그 산 골짜기를 북문이라 불렀는데 삼년산성의 동서남북 문중에 북문이 있던 곳 아래여서 그렇게 불려 진 것 같다. 그 중턱에 우리 부모님은 밭을 일구어 채소며 고구마, 감자 등을 심었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학교에서 돌아오면 으레 어머니를 불렀고 집안에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북문이로 올라갔다. 오르는 중에, 멀리 흰 수건을 쓰신 어머니의 모습이 보일 때면 신이 나서 뛰어갔다. 그러나 밭에까지 가서 엄마를 불렀지만 보이지 않아 혼자 울면서 내려온 적도 있었다. 어느 때는 좁은 산길을 가로 막고 있는 뱀을 보고 놀라 뱀을 피해 풀숲을 헤치고 가다가 종아리를 다치기도 했다.

밭까지 올라가 어머니를 만났고, 난 어머니 옆에서 밭의 돌도 골라내고, 그 돌로 소꿉장난도 하다가 지루해지면 엄마 보고 일마치고 내려 갈 때, 나를 부르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산에 오른다.

밭 바로 위에는 소나무 숲이 있는데 바람이 불면 바람소리가 무서워, 다른 나무들이 섞어 있는 숲으로 주로 갔다. 그 곳에는 들꽃들이 품어내는 향기를 느낄 수 있었고, 풀 속에서 예쁜 도라지나 나리꽃을 발견할 수도 있었으며, 작은 곤충들도 만나 혼자지만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커다란 바위가 보일 때면 동화속의 산적들이 숨겨놓은 금은보화가 가득한 바위가 아닐까하고 바위 앞에 서서 손으로 바위를 두드리며 "참깨야 열려라."하고 말을 하며 살짝 기다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바위를 살펴보면 하얀 무늬의 바위 옷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위에 올라가 그 하얀 부분에 침을 뱉어 작은 돌로 긁으면 걸쭉해지고 파르스름한 빛깔과 풀냄새가 난다. 그걸 손톱에 바르고 한참 시간이 흐르면 손톱에 물이 든다.

봉숭아꽃으로 물들인 손톱은 빨간색인데 비해 바위봉숭아는 주황색에 가깝지만 사랑스러운 빛깔이었다. 그렇게 놀다가 무서워지거나 혹시 어머니가 나를 두고 집으로 가지 않을까 불안해지면 엄마를 부르고 대답소리를 들은 뒤 안심하고 마냥 뛰어 놀았다.

해가 지고 북문이 골짜기에 조금씩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일을 끝내신다. 가녀린 허리를 펴시고 고무신의 흙을 탁탁 털고 뿌리 채 뽑은 콩이나 이미 한 골을 캐놓은 고구마나 감자 등의 먹을거리를 머리 위에 이고 나를 챙기며 집을 향하면, 나도 갖고 놀았던 들꽃을 안고 어둠이 내리는 산길을 내려온다.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의 손길은 우리 가족 먹일 밥을 준비하느라 분주해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삶이 많이 고달팠던 것 같다.

엄마를 찾아 산을 오르는 것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집주변에서 놀기 무료해지면 북문이 골짜기에 오르는 때도 많았다.

봄에는 진달래꽃을 찾아 꽃을 따서 먹기도 했고, 가을에는 도토리며 밤을 줍기도 했으며, 들국화 고마니 물봉선등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 속에서 놀다가, 목이 마르면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신 뒤에는 고인 물을 잘못 마시면 뱀을 낳게 될지도 모른다는 오빠의 말이 떠올라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무렵 입산금지로 북문이 골짜기 밭은 부치지 못하게 됐고 그 후 북문이에 오를 일도 없어졌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반듯하지 않고 제멋대로인 밭 모양과 그 밭에 심어졌던 무성한 고구마줄기와 들깨 잎, 감자 꽃, 참깨 꽃 주렁주렁 달렸던 콩이랑 팥이 그리워지고 지금도 내 꿈속에 가끔 등장한다. 성재라고 부르던 삼년산성을 오르는 길이기도 했던 추억속의 북문이 골짜기는 산과 바위 물 산길 들꽃들이 내 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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