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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순

충북도여성정책관

어떤 사람이 상대방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 한 번도 따스한 말 한마디 해준 적이 없는데… 오늘도 해줄 수 없나요?"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태양, 불, 성냥, 여름…." 이 웃긴 이야기는 SNS에 떠도는 글이다. 말이라는 것은 단순히 단어의 나열이 아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관계의 변화를 만들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작일 수도 있다.

'일상 속에서의 평등'을 이야기하면 무엇이든지 언제나 똑같아져야 한다는 뜻이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고정되었던 관점을 현재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충북소재 초등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연구수업으로 진행했는데 수업에 참가한 학생이 어린이보호 교통표지판을 보고 질문을 했다. "길을 건널 때는 엄마와만 건너야하나요?" 성별로 고정된 시각을 수정하는 질문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강남순 교수의 "여자와 남자는 달라야하나요?" 라는 글에서 "왜 여자아기는 분홍색을 남자아기는 푸른색 옷을 입힐까요?" 라고 질문한다. 생각 못 해본 질문이라면 "원래 그래" 또는 "다들 그래"라고 답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원래부터 그런 것이 있을까?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을까? 강남순의 글에서는 불공평한 것을 알게 된 아동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1살인 마클은 TV의 식기세척기 광고에서 미국의 모든 여성이 냄비와 프라이팬의 기름때를 닦느라고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왜 여자만 그래야 하지·" 라고 의문을 가졌는데 같은 반 남자아이들이 광고를 보고 "그래 여자는 부엌에 있어야지"라고 말 하는 것을 듣고 식기세척기회사에 편지를 써서 '미국의 모든 여성'이라는 문구를 '미국의 모든 사람'으로 바꾸도록 요청해서 수정했다고 한다.

단어하나가 생각을 바꾼다는 주제로 실시한 서울시 성평등 언어 제안에서 발굴한 단어는 '처녀작' 대신에 '첫작품', '저출산' 대신에 '저출생', '유모차' 대신에 '유아차', '몰래 카메라' 대신에 '불법촬영' 등이 있다. 조금 오래된 단어이지만 아내를 지칭하는 안사람, 남편을 지칭하는 바깥사람이라는 단어도 부부의 역할을 영역으로 고정하는 예이기도 하다. 그동안 익숙하게 사용하던 단어들도 왜 이렇게 사용하지라고 의문을 가지게 되면 익숙했던 불평등을 조금 낯설지만 평등한 언어로 바꾸고 일상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평등을 일상에서 구현하려는 것은 반반씩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통계적 개념은 아니다. 평균과 같은 추상적인 통계 수치는 인간의 개별성, 질적인 차이, 삶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시카고대학 법학과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문학 작품을 함께 읽었다고 한다. 공적인 영역에서 판단과 결정에는 통계나 숫자, 법률 또는 판례들이 더 실용성이 있을텐데 왜 변호사나 재판관, 혹은 정치인이 될 학생들과 문학 작품을 읽었을까?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상상력을 넓히고, 공적인 판단을 보다 잘 내릴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비슷하게 일상속의 성평등도 소설과 시와 같은 문학작품을 읽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누스바움은 "문학은 나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 눈앞에 데려다 놓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마치 나의 일처럼 감정이입을 하게 한다.

문학적 상상력이 재판관들이 판결을 내리고, 입법자들이 법을 제정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다양한 인간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평등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것은 문학적 상상력처럼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스리랑카의 아리야라트네 박사는 "the first, the last (가장 약한 자가 제일 우선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가 편안하다면 그보다 나은 모든 사람은 안녕할 것이다. 일상적인 단어의 변화는 우리를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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