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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현

청주시 수곡1동 주무관

할아버지는 주검 속에서 눈을 떴다. 짓눌린 상처가 아픈 줄도 모르고 동료들을 비집고 나오니 주변은 이미 폐허가 돼 아무도 없었다. 고향에 두고 온 할머니와 6남매를 떠올리며 홀로 걷고 또 걸으셨다고 했다. 그러다 회군하는 북한 군대와 마주쳤을 땐 '아, 이대로 끝이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이대로 도망칠 수도 없어 죽음을 고사하고 그저 걸었더니, 지친 북한군도 똑같이 서로의 얼굴만 마주 본 채 지나쳐갔다고 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귀한 막내딸을 낳으셨고, 그 막내딸은 나의 어머니가 돼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6·25전쟁 당시 할아버지의 전쟁담은 나에게는 역사책에서만 보던 이야기지만 할아버지에겐 몸에 또렷이 남은 과거의 상처였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한평생 벽면에 걸린 훈장과 표창을 보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그날 그들의 지친 얼굴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그중 어느 한 명이라도 총을 쐈다면 집으로 올 수 없었을 거라 하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현실에 너무도 감격스러워 하셨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포탄 소리로 깜빡깜빡 먹은 귀 때문에 더욱 큰 목소리로 여러 번 이야기하셨다. 전쟁 속에 피폐해진 사람들의 죽은 눈동자, 뜯어진 신발, 넝마가 된 군복, 찢어지게 아픈 뱃가죽과 타는 목마름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단지 할아버지의 경험담뿐 아니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 호국보훈이란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뿐이고 우리 세대에게는 멀기만 한 역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 삶에 녹아 우리가 무심코 지나 보낸 시간 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항상 역사의 주역이 돼왔다. 가까운 사건으로 2002년 6월 2 연평해전이 일어나 우리 군인들이 목숨 바쳐 조국을 수호했던 사건도 있었으나 이때를 회상하면 대부분 전설 같던 2002년 월드컵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호국보훈의 달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것은 물론 국민의 호국·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현충일에는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전 국민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1분간 묵념한다. 또 각 가정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나라 사랑의 의미와 안보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청주시에서도 이날 충혼탑 광장에서 현충일 추념식을 진행하니 아이들과 직접 참여해보는 것도 호국정신을 고취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 시는 6월 초 국가유공자 및 유족 등 보훈대상자에게 위문품을 지급하며, 오는 25일 6·25한국전쟁의 호국보훈과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또 오는 6~7월 중에는 6·25 참전유공자 위로연을 열 예정이다. 시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자긍심을 선양하고 시민의 나라 사랑 정신과 호국안보의지가 고취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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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