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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28 17:35:20
  • 최종수정2018.06.04 14:42:49

만추에 젖은 오슬로 호수.

덴마크에서 배를 타고 17시간을 달려 노르웨이로 넘어갔다. 수도' 오슬로'는 만추에 젖어있다. 바이킹후예들이 사는 나라, 그들 특유의 요란하지 않은 차분한 정서와 청정자연, 현대화된 도시풍경이 어우러져 매력을 배가시킨다. 만추에 젖은 오슬로의 하늘빛은 우중충한 잿빛이다. 한때 세계를 뒤흔들었던 바이킹들, 항해술로 약자들을 정복한 뒤 제국을 만들고,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냈던 그들을 정녕 어떻게 부를까. 위대한 깡패집단· 이었던 그들을, 그네들 후예들은 자랑스러워한다.

칼 요한스 거리에 있는 시청사건물은 위엄과 절도미가 느껴진다. 바이킹 후예들이 사는 이곳에서 매년 12월이면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거행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름과 가스 산유국인 이 나라는 국교가 기독교인지라, 교회 종사자들인 성가대원과 목사는 모두 공무원이다. 하여 나라에서 봉급을 준다. 정치체계는 사회민주주의지만 우리의 정치잣대로 이 나라를 보면 안 된다.

주제가 있는 테마공원 '비겔란 조각공원'의 규모는 장대하다. '영원한 삶의 굴레' 라는 주제로 작품마다 인간관계를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인간의 탄생부터 성장,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습들이 조각돼 있는 것이 절대 평범하지 않다. 필요하다면 자식들까지도 제물로 바칠 수 있다는 듯 양팔에 아이들을 번쩍 들고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버지모습은 오싹할 정도이다.

그들은 묘지와 함께 산다. 화장터가 동네한가운데 있고, 교회마당엔 반드시 묘지가 있다. 아이들이 정원처럼 꾸민 화장터와 묘지를 오가며 자전거 타고 논다. 그들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묘지나 화장터는 두려움이 아닌, 산자와 죽은 자를 잇는 공간일 뿐이다. 죽음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 국립미술관에서 만난 뭉크의 절규는 백년을 넘어 이어지고, 동네마다 있는 호수에선 백조들이 유영한다.

파스텔톤 집들 뒤쪽으로 빙하가 녹아 눈물처럼 흐른다.

또한 노르웨이는'피오르드'의 나라이다. 피오르드란 빙하의 침식으로 생겨난 지형을 말한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3대 피오르드인 게이랑에르, 송네, 툰드라, 피오르드를 유람선을 타고, 산악트램열차를 타고 협곡 깊숙이까지 들어가 체험했다. 신이 눈물을 흘린다. 숲과 물의 나라 노르웨이는 어디를 가나 호수가 있고 폭포가 흐른다. 산들이 바위산들 이다보니 조금만 비가 내려도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하얀 물줄기들을 여기저기서 마구 토해내는 것이 신의 눈물인 양 몽환적 풍경이다.

1500고지 달스니바 전망대로 향했다. 빙하가 흘러내리는 저 산 너머엔 어떤 풍경이 있을까. 산허리를 감아 도는 U자형 길로 끝없이 오르고 오르는 이 코스야말로 노르웨이 피오르드 풍경의 백미다. 협만은 산맥단층으로 둘러싸여 있고, 경사진 계곡과 평탄한 초원, 가파른 절벽이 수시로 모습을 바꾸며 나타나 장관을 창출한다.

버스는 화강암의 단애(斷崖)사이로 난 꾸불꾸불한 길을 끝없이 기어오른다. 중턱쯤에서 내려다보이는 에메랄드빛 해면이 여행자들로 하여금 함성을 자아내게 한다. 멀리 산꼭대기들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데, 절벽에서는 여러 갈래의 폭포수들이 은색의 길쭉한 리본처럼 흘러내려와 피오르드의 해면으로 스며든다. 꿈을 꾸는 듯 하는 파스텔톤의 잔디지붕 전통가옥'힐때'들이 자주 보인다. 목가적인 시골마을, 푸른 눈의 거대한 빙하, 그리고 코발트빛 바다, 더 이상의 풍경은 세상에 없으리.

1500고지 달스니바 전망대.

드디어 달스니바 전망대에 올랐다. 바위 꽃이다! 짙은 구름 속에서 누리끼리한 이끼무리들이 점점이 드러난다.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고산바위에 이끼들을 자라게 하는 손이여! 이끼, 무엇을 기다리며 세찬바람 속에서 싸늘한 달빛 머금고 존재하느뇨. 네가 아름다움이나 기쁨을 아느뇨· 그리 예쁠 것도 고운 색상도 없어 카메라들마저 비켜가는구나. 네가 존재하는 까닭은, 살아내야 할 이유는 무엇이뇨.

순록을 위하여 라오. 자애로운 자연이 나를 순록의 먹이로 주었기에 순록을 기다린다오. 시끄러운 사람들이 물러가고 달이 떠오르면 그가 나를 사모하여 별빛 화관 쓰고 달빛 따라 내려온다오. 기쁨을 물었느뇨· 그대 순록의 부드러운 혀(舌)를 아느뇨· 그가 언 내 몸 구석구석 핥아주면, 모든 세포와 촉이 일어서 노래를 한다오. 나는 아낌없이 전부를 내어준다오. 빙하가 옮겨놓은 고산바위에서 그날, 꽃보다 고운 이끼의 노래를 들었다. 오늘도 이끼는 순록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있겠지….

/ 임미옥 수필가

임미옥 작가 프로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년 푸른솔문학등단
제20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강사
저서 '음악처럼', '수필과 그림으로 보는 충북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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