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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석판 버스 종점에서 은항골 골짜기로 들어서니 새들이 우짖는 연록의 숲이 손짓하여 부른다. 길섶에 줄지어 선 영산홍도 붉은 볼을 더욱 붉히며 배시시 웃어준다. 색소폰앙상블 정기연주회가 열리는 '좋은 카페'의 아담한 모습이 숲에 품에 살포시 안겨있다.

제복을 멋있게 차려입은 단원들이 민첩하게 무대를 채웠다. 은회색 머리의 중후한 단장님을 비롯하여 젊고 발랄한 여성 대원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가 어우러진 구성이 이채롭다. 객석은 이미 다 차고 보조 의자까지 동원되었다. 합주, 독주 4중주 바이올린 협연, 비올라연주, 중창 등 13가지나 되는 순서가 얌전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순서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하늘까지 닿을 듯 장엄하게 울려 퍼지면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다. 어머니 품속같이 편안하고 감미로운 선율로 시작하여 가슴을 치는 고음의 경지까지 넘나드는 연주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다.

"I am strong, when l am on your shoulders.(당신이 나를 떠받혀 줄 때 나는 강인해집니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en l can be.(당신이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척박한 세상에서 이보다 더 희망과 용기를 주는 노랫말이 어디 있을까. 내가 믿고 의지하는 신의 존재, 그 무한한 가능성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뜨거워진다. 한때 K팝에 열광하던 나는 박지민이라는 소녀를 우승자로 세우는데 일조한 이 곡을 잊을 수가 없다. 해맑은 어린 소녀의 놀라운 가창력 곡 해석은 나를 울리고 심사위원들까지 울렸었다.

영화 '영광의 탈출(The Exodus Song)' 주제곡 합주에 빨려들었다. 가슴이 둥둥 울리는 묵직하고 깊이 있는 음색에 우렁우렁 함몰되는 느낌이다. 빛바랜 추억 속에서 어떤 미소가 환영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를 놓아버렸는데 음악은 아직도 그와 함께 살고 있었단 말인가. 색소폰의 묘한 마력에 이끌리어 장미 동산을 헤매었다.

여성 4중주의 '오브라디 오브라다'(Obladi Oblada)는 저절로 흥이 났다. 고갯장단, 발장단을 하며 모두가 즐기는 분위기다. 세상을 밝게 순화시켜주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중후한 남자의 악기라고 생각했던 색소폰으로 젊은 그녀들이 어떻게 연주해낼지 무척 궁금했는데, 감동이었다. 이 곡을 부르던 비틀즈가 놀라 뛰어나올 것만 같다.

협연 비올라 연주가 있어서 더욱 빛나는 무대였다. 편안하고 달콤한 선율은 감동과 위로를 주었다. 또한, 에벤에셀 중창단의 화음은 수준급이다. 인간의 소리와 색소폰 소리의 비교도 흥미로웠다.

마지막 곡으로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 빵빵 터지며 유쾌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경쾌한 듯 웅장하고 강한 듯 부드럽고 감미로운 듯 기괴하기까지 한 색소폰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가수 이선희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도 함께 어우러져 휘몰아쳐 오는 듯하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연주회의 피날레가 인상적이다.

안태건 지휘자님의 연주를 '청해 들었다. '여왕벌의 행진'이다. 어쩌면 저리 가벼운 소리, 빠르고도 경쾌한 소리를 색소폰으로 낼 수 있을까. 연주의 흐름을 자연스럽고 풍요롭게 해주는 호흡의 진수도 오늘 만났다.

마지막으로 나직하게 속삭이듯 시작되는 '헤이 쥬드(Hey Jude)' 연주는 감동 그 자체였다. 숨이 멎을 듯한 순간이 지나고 밀려오는 환희를 어이할꼬! 끝날 무렵에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아름답고 즐거운 예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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