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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17 17:43:01
  • 최종수정2018.05.17 17:43:01

청주를 시로 꽃물 들이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안광석 청주시인협회장이 청주의 상징 무심천을 걷고 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충북일보] 청주시인협회 안광석(72) 회장의 고향은 괴산이다. 괴산에서도 경치 좋기로 유명한 감물면 잉어수 마을이다. 마을 옆으로 목도강이 흐르고 물 속에는 잉어떼가 느리게 유영한다.

그곳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생강나무 자치기를 하며 놀았다. 가을이면 논둑에 수 없이 뛰어 다니던 메뚜기를 잡아 병 속에 집어넣고, 강가에서 어항으로 피라미를 잡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자연과 고향이 묻어있다.

시인이며 문학박사인 이혜선씨는 그를 가르켜 '자연 친화의 시인'이라고 평했다. 자연에서 자신의 거울을 보고,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스스로 자신을 닦아나가는 시인이라는 것이다. 봄이 오면 봄 꽃을 노래하고, 가을이면 가을 하늘을 노래하고, 나무와 산과 하물며 미물들을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우주의 섭리를 읽어내고 인간 삶의 도리와 지향점을 알아낸다고 그를 평했다.

제2시집 '잠이 대청마루를 베고 누웠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안 회장은 한영고등학교 재학 시절 백일장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문학에 뜻을 두었다. 그러나 당시 공대가 인기가 많아 대학은 한양대 공대 재료공학과에 입학했다. 1년을 공부했으나 문학에 대한 그리움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한양대를 중퇴하고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로 전입하게 된다.

동국대 국문과를 선택한 것은 당시 한국의 대표 문인 양주동, 서정주, 김기동 시인이 동국대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 재학 시절 나름 열심히 시 창작 등 문학 공부에 매진했으나 등단은 하지 못했다. 문학도의 꿈은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문학지에 추천을 받는 것인데 이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대학 졸업후 문학의 꿈을 접고 교도관으로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틈틈히 법무부 회보에 수필을 쓰는 것 외에는 문학과 담을 쌓았다. 그러나 30여년 교도관 생활을 하면서도 시에 대한 갈구는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첫 시집 '별을 혜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그래서 2005년 정년 퇴직하자마자 '별을 혜다'라는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이어 2006년 문학미디어에 '호박꽃', '꿈의 노래' 등 2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정식 데뷔했으며 2013년 두 번째 시집 '잠이 대청마루를 베고 누웠다'를 출간했다. 같은해 '파란 하늘 푸른산'이라는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

잠이/ 대청마루를 베고 누웠다.

하늘을 날아들며/ 허공의 중심에서/ 월척을 낚다 놓쳤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해뜩 발긋하네.

추스르고 앉아보니/ 덧없는 꿈이로다.

전 충북대 교수이며 시인인 임보씨는 안 회장의 제2시집 '잠이 대청마루를 베고 누웠다'의 서문에서 "대청마루에 드러누운 것은 화자이지만 그 주체를 '잠'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 참으로 신선했다"고 평했다. 또 꿈 속에서 화자는 허공을 날며 '월척을 낚다 놓쳤다'고 했다. 월척을 놓친 서운함에서 깨어나 보니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그 유명한 한단지몽(邯鄲之夢)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 시 하나 만으로도 안 회장의 문학 세계를 잘 엿볼 수 있다. 대청마루를 베고 누운 시인, 꿈 속에서 월척 낚은 시인, 아마 그의 고향이 감물면 잉어수 마을이었기에 이같은 시가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제3시집 '돌이 속삭인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그는 최근 제3시집 '돌이 속삭인다'도 출간했다. 수석을 좋아하는 안 시인은 수석을 보며 돌이 속삭이는 것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수석 앞에서/마음의 눈으로 보는데/그가 말한다.

자연은 천국이다/산처럼 강처럼/감사하며 사랑하라.

세상은 거울이다/진.선.미 추구하며/세월을 닦아라.

수석은 수억만 년 연마의 결과이다. 강물 속의 돌이 무량의 세월 동안 물결에 씻겨 수석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목도강에서 탄생했을 수석을 바라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회에 젖는다. 천만 수목들과 수많은 금수들을 거느리고 있는 산이 불평없이 살아가듯이, 천만 어군들을 품고 흘러가는 강물, 곧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나무는 웃지도 울지도 않습니다/사람사는 세상과 다르게/묵상만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나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자기 곁을 스쳐간 소리를 들으면서도/그저 침묵만 하고 서있습니다.

위의 시 '나무처럼'에서 보듯 묵상하고, 마음을 비우고, 이웃과 상생하는 나무의 삶을 통해 삶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나무가 지닌 여러 가지 미덕을 배워가며, 자신을 비우고 반듯하게 살고 싶다는 시인의 태도가 읽히는 작품이다. 안 회장의 시는 결국 자연과 뗄 수 없다. 시골 언덕처럼 포근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그는 지난 2월 청주시인협회를 발족했다. 회장에 선출된후 '청주시를 꽃물 들이는 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청주시내 공원에서 시화전을 개최하고, 철당간이나 롯데시네마 거리에서 시 문학 행사를 펼치고, 문학 강연, 토론회 등도 열겠다는 것이다. 청주시가 시로 꽃물 들이는 도시가 된다면 청주는 더 맑고 더 깨끗한 도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안 회장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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