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여성들은 왜 착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거죠·"

강의를 하다보면 가끔 수강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고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어요. 사실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 중 뭇 여성에게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착한 남자를 선호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소위'나쁜 남자'가 매력 있는 남자로 변신한 것일까요. 그 저변에는 대중매체의 힘도 크게 작용했겠지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쁜 남자는 주로 대표적인 미남배우일 때가 많죠. 차갑고 거칠며 무례한 남자 주인공이지만, 외모적으로 멋지면서도 부유한 환경 탓에 착하고 순종적인 남성보다 우위에 서 있는 겁니다.

사주명리학은 음양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생(生)은 말 그대로 낳는다, 도와준다는 의미인 반면 극(剋)은 자극하고 억누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오행은 끊임없이 서로 생하거나 극하며 상호작용을 합니다. 계절의 변화처럼 말입니다. 사랑의 감정도 그와 닮았어요. 사랑을 하는 여성인 주체는 생(生)하는 셈이고, 사랑을 받는 나쁜 남자는 다른 여성을 바라보고 있으니 극(剋)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죠.

로마의 시인 시루스는 "모든 인간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호감을 보인다."고 말하죠. 이 말은 남녀 모두에게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자신에게 관심 없는 듯한 나쁜 남자를 좋아할까요·

여기에 심리분석학의 대가인 카를 융이 말한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적용해 볼까요. 주지하다시피 아니마는 남성안의 여성성이고, 아니무스는 여성안의 남성성이죠. 여성안의 아니무스, 즉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남성에 대한 이상형이 곧 '나쁜 남자'로 구현되는 것이 아닐까요· 잘생긴 용모, 남성답게 당당한 태도, 가늠되지 않는 반전 매력 등.

사실 여기서 나쁘다는 것은 진짜 나쁘다는 것보다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상대에게 적절한 자극을 선사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리하여 나쁜 남자는 감정을 밀고 당기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인거죠.

반면 우직한 남자, 착한 남자는 순정파인 겁니다. 여기에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바로 관점의 차이인거죠. 착한 남자는 자신의 관점을 갖고 좋아하게 된 여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이미 관점이 무너져버린 겁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논리적이던 말솜씨도 달아나 어눌하게 되고, 생각도 흐트러지기 십상인거죠.

그에 비해 나쁜 남자는 관점이 자기중심적입니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고 말합니다. 관점이 흔들리지 않으니, 여성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습니다. 묘하게도 그것이 여성의 눈에 자신감과 남성미로 전환되어 보이는 것이죠. 오히려 착한 남자는 자신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쁜 남자는 도도합니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中에서

여성이 보는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의 차이는 분명 관점(觀點)인 겁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남자라도 여성에게 빠져 있으면 별 수 없이 착한 남자가 되고 맙니다. 사랑이라는 웅덩이에 빠져버리면 다른 풍경은 볼 수가 없기 때문이죠. 흔히 말하듯 콩깍지가 씌워진 겁니다.

착한 남자는 사랑에 빠진 남자입니다. 사랑을 받는 대상인 여성 입장에서는 착한 남자이지만, 반면 또 다른 여성 즉 그 착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 입장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남자로 변신하게 되는 겁니다. 결국 한 남자가 두 가지의 이미지를 갖게 되는 셈이죠. 그렇게 보면, 결국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는 둘이 아닌 하나인 겁니다.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를 논(論)하고 결론을 맺을 즈음, 한 늙수그레한 수강생 한 분이 한 마디 툭 던집니다.

"그놈이 그놈이지 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