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어린 고사리 마냥 꽉 움켜쥐었던 아가의 손이 '쫘악' 펴지기라도 한 것처럼, 접혀있던 산천의 나뭇잎은 활짝 손바닥을 펴 올리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울긋불긋했던 자연의 색이 연둣빛을 벗어내고 신록의 푸름을 발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 차 창밖으로 보이는 먼 산의 녹음(綠陰)에서 생명의 기운이 전해져 온다. 어김없이 때맞추어 오는 자연의 섭리가 신비롭다.

얼마 전, 공포의 전율만이 감돌던 비무장지대에서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오랜 기간 단절되었던 3·8선을 넘은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이 한반도에 새롭게 생명의 기운을 싹 틔웠다. 매스컴은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문'을 발표한 후, 남몰래 뒤돌아서서 눈물을 닦아내는 한 남성의 모습을 클로즈업하여 보도했다. 두 정상의 만남을 살얼음 걷듯 조심스럽게 추진하여 마침내, 두 정상이 서로 악수하고 한반도의 앞날을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선언을 이끌어낸 사람. 그 사람의 눈물을 보니, '얼마나 뿌듯하고 얼마나 가슴 벅찼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아마도 오랜 시간 고대(苦待) 하던 딸아이를 처음 품에 안고 기쁨의 눈물 흘리던 날인 4월 27일, 내 마음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대부분 몸과 마음이 병들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할 때 눈물을 흘린다. 또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이 있을 때도 눈물을 보인다. 25여 년 전,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남북 이산가족 찾기 방송'보다 더 슬픈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던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방송에 나온 사람들도 다 같이 목 놓아 울었던 우리 역사의 순간들. 조국의 분단이 가져다준 우리의 크나큰 슬픈 현실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서로 총부리 겨누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의 불안으로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 국민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며 살아왔던 한 남자에겐 그 무엇보다도 "평화통일"이라는 역사적 사명감이 우선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숙명적인 과제 '통일'을 위하여 고군분투했던 열정을 정권의 교체와 함께 고스란히 어두운 땅속에 묻어두고 10여 년 동안 얼마나 많은 한숨을 토해냈을까? 한 해, 두 해. 해가 바뀔 때마다 숯 검둥이처럼 검게 타들어갔을 애타는 마음이 오죽하였으랴. 힘겨운 고통을 이겨낸 후 뜨겁게 쏟아내는 눈물. 자신의 젖 먹던 힘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눈물을 그에게서 보았다. 힘든 세월의 풍파(風波) 속에서도 자신과 처절하게 싸워 이겨낸 진정한 승리자의 눈물은 아닐까! 그 눈물은 오뉴월 뜰에 핀 함박꽃처럼 환한 웃음으로 다시 피어나겠지·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자만이 피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꽃, 웃음꽃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피를 토해내 듯 눈물 흘리던 한반도. 끝이 없을 듯했던 슬픔도 이제 막을 내리리라.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이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고 돌아섰던 3·8선에도 이제 웃음꽃이 피어나리. 고향 땅 밟을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향민들의 짓무른 눈과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북한이탈주민들의 애달픈 마음도 봄날 눈 녹듯이 치유될 날이 머지않아 찾아오겠지·

한 남성의 숨죽인 뜨거운 눈물이 씨앗 되어 방방곡곡에 감격과 환희에 찬 희망의 웃음꽃이 피어나길 소망한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새로운 기운이 한반도 한가운데서 꿈틀거리며 솟아오른 역사적인 날, 4월 27일. 벌써부터 사람들은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금강산도 구경하고, 유럽여행을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하나 된 마음으로 "통일"을 노래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반도에 웃음꽃 활짝 필 벅찬 감동의 날을 생각하니, 푸름이 짙어가는 활짝 핀 나뭇잎도 좋아라, 손뼉을 쳐주는 듯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윤현우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장

[충북일보] 최근 충북의 SOC 인프라와 관련된 세미나가 열렸다.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가 주최한 행사다. 20여 년 간 건설단체를 취재했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세미나였다. 건설업계가 일감이 없다며 관공서를 탓했던 시대가 지난 듯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시·도별 SOC 실태를 도민들과 각급 지자체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알려고자 했다고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 중 가장 기억은 남는 장면이 있다. '도로·철도 등의 수준이 민망할 정도'라는 발언이다. 전국 건설업계는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남북 경협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북한 SOC 사업. 그 부푼 꿈을 갖고 있는 윤현우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장을 만나 SOC 및 대북사업과 관련된 철학을 들었다. ◇남북 정상회담 어떻게 봤나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통일의 충격에 대비할 완충역할을 건설업이 수행할 수 있다. 북한지역 도로, 철도, 경지정리, 산업단지 등을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 주면 그 만큼 북한의 경제수준이 올라오고, 그때 되면 통일이 되고, 얼추 비슷해지면 자연스럽게 서로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경협에 대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