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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수필가,원봉초병설유치원교사

벚나무 아래 묻기로 했다. 벚꽃이 분분히 날리면 그의 몸도 땅 속에서 분분히 흩어져 날릴 것이다. 우리의 생이 죽음으로 완성되어 날리는 것처럼.

견고한 죽음. 죽음이 단단하게 온 몸에 내려 앉아 있었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가늘게 눈을 뜨고 있던 그가 오늘은 눈을 뜨지 않는다. 딱딱하게 굳은 그의 몸을 여기저기 뒤적여 보며 말랑한 삶의 흔적을 찾아본다. 언제부터 벌레들이 터를 잡았던 건지 그의 온몸에 벌레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머리털을 들추자 바글거리는 몸짓들이 빼곡하다. 다리 아래 털을 까자 죽음을 파먹는 삶의 잔치가 한창이다. 항문 주위를 뒤지자 그곳도 붐비는 건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살아있었는데, 몸에는 어느 새 죽음을 빨고 있는 벌레들의 천국이다. 벌레들도 그의 몸에 가득한 죽음을 예견하고 미리 터를 잡은 것일까. 이렇게 많은 벌레들이 죽음 직후 느닷없이 어디서 몰려 왔을 리는 만무하다.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 서서히 몸에 알을 깠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죽음의 그림자가 얼마나 길게 드리웠던 것인가. 난 그것도 모르고 설마 설마하며 그를 놓지 못했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최근 3주를 제외한다면, 그는 그야말로 서슬이 퍼랬었다. 그는 다섯 마리의 암탉을 거느리고 우렁차게 살았더랬다. 내가 계란을 꺼내려 닭장에 들어서면, 침입자이자 도적인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내 다리를 쪼아 청바지에 구멍을 내기도 하고, 한번은 얼굴을 쪼아서 피가 나기도 했었다. 눈을 안 쪼인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위안을 삼았었다.

3주 전부터 그가 갑자기 한쪽 발을 절룩이기 시작했다. 단순사고로 찔리거나 까진 준 알고 그저 방치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주에는 양쪽 발을 못 쓰고 아예 주저앉았다. 그 때서야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 방으로 들여 얇은 이불을 덮어주고 입 앞에 물과 모이를 갖다 주었다.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간신히 고개를 빼서 먹기 시작했다. 시골 생활을 오래한 오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약이 있다고 했다. 약을 얻어와 물에다 타 먹였다. 몸은 움직이지 못했지만 식욕이 있는 것으로 보아 희망이 보였다. 희망을 놓지 않고 닭을 계속 돌봤다. 일주는 방에서 돌보다 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있는 것이 좋을듯하여 닭장에 다시 넣었다. 걷지 못하는 그를 위해 낮은 그릇에 모이와 물을 주었다. 그러자 암탉들이 자신의 모이는 먹지 않고 그의 모이를 다 뺏어 먹었다. 안되겠다 싶어 철로 된 강아지 케이지를 이용해 닭장 안에 칸막이를 했다. 그리고 병아리들과 수탉을 함께 넣었다. 이번에는 병아리들이 그를 타넘고 그의 모이를 빼앗아 먹었다. 그 작은 병아리에게 조차 저항도 못하고 먹이를 빼앗기는 그를 보며 짠한 맘이 들었다. 다시 그 만을 위해 칸막이를 했다. 그리고 난 후에 그는 고요히 모이와 물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3주가 흘렀다. 일어날 듯 말듯 하면서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칼 날 같던 닭이 시들거렸다. 내 마음에 차가운 서리가 내리는 듯했다. 어제는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밤늦도록 닭장 앞에 서성이는 나를 외면한 채 모이도 먹지 않았다. 그러더니 오늘 새벽에 닭장 문을 열어보니 숨을 놓았다.

싸늘한 그를 바구니에 담아 산으로 올라갔다. 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산 벚꽃 아래를 들고 간 호미로 팠다. 최대한 깊게 파고 그를 묻었다. 그의 몸을 덮은 흙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가 허공 가득 떠다닌다. 사는 건 죽음을 향해 몸을 한 발자국씩 옮기는 일이라고. 우리 몸 속엔 늘 죽음이 자라고 있는 거라고. 그 죽음이 익으면 삶이 떨어지는 거라고. 사는 것 아무것도 아니라고.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꽃잎을 타고 귓가에 툭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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