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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09 14:28:05
  • 최종수정2018.05.09 14:28:05

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밤길에 여성들이 다니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 내 나이 12살에도, 20살에도 이제 쉰을 바라보는 오늘도 나는 불안하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 여전히 나는 불안한 나라의 낯선 앨리스일 뿐이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청주시민은 가장 큰 사회불안요인으로 범죄발생을 꼽고 있다. 특히 범죄발생으로 인한 불안에 대해 여성의 47.1%가 응답하여 남성 35.8%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 혼자 골목길을 걸을 때 불안하다고 응답한 여성은 54.1%, 남성은 13.7%이다. 심지어 밤에 혼자 집에 있을 때도 여성은 31.6%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강력범죄의 84%가 여성인 나라,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실수를 하지 않아도 이유 없이 당하는 성희롱과 관음적인 시선, 시각적 촉각적 공격과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무의식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불안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몇 해 전 SBS스페셜 '잔혹동화(動話)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소개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 여성단체가 성 평등부분 우수 프로그램으로 시상한 만큼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대중 공간에서조차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공간의 성차별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는 질문에 다수의 사람들은 '공간은 지금, 여기에서 삶을 만들어 내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삶의 무늬를 만들어 내는 공간인 '마을'에서, 매일 매일 지나치는 마을의 골목길에서 사회의 절반인 여성이 살고 있고 그 여성의 절반 이상이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면 그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 관계가 끊어진 마을의 공간, 이제 이웃 아저씨도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린 마을의 주인은 누구인가

여성이 느끼는 일상의 공포는 남성과는 다른 생물학적 조건 때문에도 아니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받은 여성의 범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즉 겁도 없이 밤길을 다니는 개념없는 여성의 탓도 아니다.

누구의 시선과 누구의 잣대로 공간을 보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골목길에서, 밤길에서, 공원에서 혼자 있을 때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상상속의 것이 아닌 실재하는 두려움이며 그 근원은 여성이 공간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껏 양보해야 보호의 대상일 뿐인 여성들이 공간의 주체자로, 조성자로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가는 안전한 공간을 조성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강자의 시선, 남성의 논리로 형성되어 온 공간은 계층별로 위계를 만들고, 성차별적 불균형을 만들어 냈다. 공간의 주체자가 '가진 남성' 뿐이라면 남성이 이해할 수 없는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는 여전할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마을, 마을 속 안전은 모두가 누려야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이웃 아저씨가 더 이상 낯설고 위험하지 않은 마을. 가까운 지름길을 두고 큰 길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불안한 앨리스를 지켜주는 마을, 생동감 넘치게 골목길을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마을. 그 마을의 주인은 누구인가? 바람직한 사회라면 구성원의 절반이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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